[끝나지 않은 고용참사] 자급자족 대학생활도 끝…갈 곳 잃은 청년들

입력 2020-11-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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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 고용률 2.1%P↓…자영업자 "직원 안 줄이면 가게가 망할 판"

서울에 거주하는 김재훈(21·남·가명) 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면서 콜센터에서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조차 어렵게 구한 일자리다. 전에는 도매업체에서 택배 상하차 일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장 거래가 택배 거래로 대체되면서 택배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어서였다. 하지만 3개월도 못 가 스스로 일을 그만뒀다. 돈도 돈이지만, 업무강도를 견디기 어려웠다. 그 뒤로 현재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십수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모두 떨어졌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자리에도 김 씨와 같은 처지의 구직자들이 몰렸던 탓이다.

그나마 20대 후반은 언젠가 기업들의 신규채용이 재개될 기대로 버티지만, 아르바이트로 자급자족을 하던 대학생과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당장 생계가 끊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통계에도 드러난다. 8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총괄)에 따르면, 20~24세의 9월 경제활동참가율은 45.8%로 전년 동월보다 1.6%포인트(P) 하락했다. 경제활동을 포기한 이들의 상당수는 구직단념자가 됐다. 고용률은 41.1%로 2.1%P 내리고, 실업률은 10.3%로 1.8%P 올랐다.

20대 초반의 고용난은 주로 자영업 부진에 기인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옷가게, 식당, 주점, PC방 등 청년들이 주로 일하는 업종들이 매출이 급감해서다. 같은 이유로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을 정리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심경도 편하진 못하다.

서울 강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동호(36·남·가명) 씨는 기존에 7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으나, 6월 이후에는 3명으로 줄였다. 그는 “코로나19가 퍼지면서 4월부터 적자를 낼 정도로 매출이 급감했다”며 “그나마 3개월 정도는 저축하고 있던 돈으로 직원을 월급을 주면서 버텼는데, 조금 더 지나니 폐업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아르바이트생들이 대부분 대학생이나 갓 성인이 된 동생들이었는데, 내가 손해를 봐도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계속 월급을 줘야 하니 직원을 줄이지 않고선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자영업자의 경영난으로 사라진 일자리는 8월 기준으로 18만 개+알파(α)다.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비임금근로자는 전년 동월보다 12만3000명 감소했는데, 이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분이 5만7000명이었다. 이들에게 고용돼 있던 최소 5만7000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다. 통계에는 집계되지 않는 ‘고용원이 감소한 자영업자’까지 고려하면, 두 산업에서 자영업 부진으로 사라진 일자리(고용원)는 최소 10만 개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비경제활동인구에선 ‘쉬었음’ 인구가 29만 명 증가했다. 20대에서 8만7000명 늘면서 전체 쉬었음 인구에서 20대의 비중도 17.7%로 1.6%P 올랐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소비가 온라인으로 대체된 측면도 있지만 미뤄진 측면도 있다”며 “미뤄진 소비는 다시 돌아오겠지만, 대체된 소비는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온전히 오프라인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면서비스 일자리 감소는 기존에도 있었고 이번에 좀 더 앞당겨진 것이지, 코로나19로 가지 않았어야 할 길을 가게 된 게 아니다”라며 “시대 흐름에 맞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존에 저숙련 일자리에 종사하던 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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