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해외수주 300억달러... 하반기 수주액 30억불 불과

입력 2020-10-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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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2월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F3' 복합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자료 제공=삼성물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초 목표치였던 300억 달러 수주는 물 건너 간 데다 내년 해외건설 수주시장은 지금보다 더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94억2758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176억669만 달러) 대비 10% 가량 늘어난 수치다.

중동에서 전년 동기 대비 2배 수준인 85억 달러를 수주했다. 태평양·북미는 지난해와 같은 5억 달러, 아프리카에선 6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아시아에선 전년 대비 20억 달러 감소한 85억 달러, 유럽에선 10억 달러 줄어든 9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만해도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에서 161억3885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 1월 현대건설이 카타르에서 10억6000만 달러 공사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먹어치운 덕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같은 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8억4600만 달러 규모의 가스 저장 프로젝트 본계약을 체결했고, 2월엔 삼성물산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1조1500억 원 규모의 복합발전 플랜트 사업을 따냈다. 해외 수주가 올해 목표치인 300억 달러를 충분히 달성할 것이란 낙관론이 우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갈수록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19 쇼크로 전세계 경기가 위축됐고, 저유가 탓에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발주량을 줄여갔다.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해외 대면 영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결국 올해 하반기 수주액은 32만8872만 달러에 그쳤다. 상반기 수주액 대비 80% 급감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기술경영연구실 연구위원은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작년(223억 달러)보다 조금 나은 25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국가 대부분이 프로젝트 발주를 지연하거나 보류하고 있고, 이미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들도 공사를 100%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가마저 40달러 대를 유지해 V자 반등은 사실상 어렵다는 게 손 위원의 설명이다.

시장에선 내년 해외 수주 역시 침체 터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계약이 이뤄질 프로젝트에 대한 영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악화하는 해외건설 수주 시장을 타개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업계와 정부가 꺼낼 현실적인 카드가 사실상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발주국 정부에서 현장 운영 중단이나 봉쇄를 명령하면 대응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코로나19는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손 위원은 "수주 관련 사업 기회 발굴이나 금융 지원도 이동의 자유와 영업활동이 보장될 때 가능한 이야기"라며 "기대감이 있는 프로젝트가 나올 경우 건설사의 필수 인력이 해당 국가에 이동할 수 있도록 입국 등에 대한 외교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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