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통해 본 전세 대란

입력 2020-10-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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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평당이 어디야?”, “글쎄, 분당 옆 아닐까?” ‘평당 500만 원’이라 쓰인 부동산 광고를 보고 열 살 지소는 친구와 고민에 빠진다. 지소가 부동산을 기웃거린 건 아빠와 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엄마와 동생과 함께 피자 배달 봉고차에서 생활한 지 벌써 한 달. 공중화장실과 찜질방을 전전하는 열 살 지소의 소원은 집에 친구들을 불러 생일파티를 하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소는 강아지를 찾아주면 500만 원을 사례하겠다는 전단을 보게 된다. 그리고 개를 훔쳐 찾아준 척 한 뒤 사례금으로 챙겨 집을 사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훔칠 개를 물색하던 지소는 엄마가 일하는 레스토랑 사장님의 개 ‘윌리’를 목표로 세운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이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는 토끼와 개구리가 등장하는 이솝 우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학교 선생님은 이솝 우화를 가르쳐주며 ‘세상 어딘가에는 나보다 불행한 사람이 있다’는 교훈을 아이들에게 주입(?)한다. 그러나 집도 없고 아빠도 없는 지소는 “이솝도 내 처지를 알면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 친구들은 생일파티를 연다는 지소에게 아무렇지 않게 “너희 집이 우리 집보다 좋아?”라고 묻는다. 아이들 역시 돈 얘기만 하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일찍 현실을 배워가지만, 본연의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아이들 개는 훔치지 말자던가, 훔쳐도 미안하지 않은 사람들의 개를 훔치자는 계획을 세운다.

너무 부자들 개는 훔치지 말자, 돈이 너무 많아서 개를 새로 살 테니까.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스틸컷.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속 지소에게는 평당 500만 원도 닿을 수 없는 높은 집값이었지만, 요즘 서울에서 평당 500만 원인 집은 찾기 쉽지 않다. 20일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당 788만 원에서 1121만 원으로 42.3% 상승했다. 11일 KB부동산이 발표한 9월 서울 강북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7억5667만 원이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둔화하는 추세지만, 중저가 아파트 몸값은 뛰고 있다.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와 ‘금·관·구’라 불리는 금천·관악·구로구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전셋집이 귀해지면서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패닉 바잉’(Panic Buying) 현상이 이어지는 탓이다. 전세난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63주 연속 뛰었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면서,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0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당정은 내주 전세 시장 안정 추가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전세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있는지를 현재 관계부처 간에 고민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는 추가 대책을 놓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미묘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에서 김현미 장관은 시장 상황을 좀 더 보며 정책 효과를 보자는 뉘앙스로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 배달차 생활을 하던 지소네 가족은 마음 좋은 마르셀 사장님 덕분에 말도 안 되는 싼 값에 전셋집을 구한다. 영화 속 지소네 가족은 전셋집을 구했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르셀 사장님 같은 집주인은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 정직하게 월급만 차곡차곡 모으는 것만으로는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셋집 마련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솝 우화를 교훈 삼아 피자 배달차가 아닌 걸 위안 삼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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