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 위안’ 도입 서두르는 이유는?

입력 2020-10-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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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 대항 이외 경제성장 근본적 한계 직면 초조감도
중국, 인구절벽에 세계 1위 경제국 지위 ‘30년 천하’ 그칠 수 있어
디지털 위안, 첨단 결제수단 넘어 국민 감시도구로 활용 가능성

▲세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추이 전망. 단위 조 달러. 빨간색:중국·하늘색:미국·갈색:인도·검은색:일본·점선:독일.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중국이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대규모 실증 실험을 펼치고 있다. 아직 많은 국가가 CBDC에 대해 연구 단계에 있지만, 중국은 도입을 서두르는 배경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5일 중국이 자체 CBDC인 이른바 ‘디지털 위안’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패권에 대항하려는 것 이외에 앞으로 자국 경제성장이 근본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초조감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선전 필두로 디지털 위안 실증실험 20여 곳으로 확대 계획

광둥성 선전에서는 시민 5만 명이 참가하는 실증실험이 시작됐다. 추첨을 통해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디지털 위안을 받은 시민은 선전시 번화가의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 약 3400개 점포에서 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실험은 앞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 전역 약 20개 도시로 확대될 예정이다.

중국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디지털 위안 활용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이 크리에이터들에게 후원금을 보낼 때 디지털 위안을 쓸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 제재에 달러 패권 대항 필요성 커져

중국 공산당의 한 외교 부문 관계자는 “우리는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과 5G를 세계에 홍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는 자금 흐름을 관리하기 쉬워 강권 통치와 환율 안정을 노리는 신흥국에 매력적이다. 중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먼저 디지털 화폐를 도입, 기술이나 발행 방식 등에서 세계 표준을 거머쥐려 한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금융 제재하는 것도 발행을 서두르는 이유다. 제재 대상인 개인이나 단체와 거래한 금융기관도 처벌받을 수 있어 최악의 경우 중국 은행들이 국제적인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될 수 있다. 중국 국무원의 한 관리는 “디지털 위안은 스위프트를 우회할 수 있다”며 달러 패권에 대항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 추월 세계 1위 경제국 부상 앞두고 약점 극복 서둘러

이런 약점 극복을 서두르는 것은 경제 규모에 있어서 미국 추월이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3분의 2까지 따라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정부 최신 예측에 따르면 2029년 명목 GDP는 28조1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같은 시기 자국 GDP를 29조80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어 2030년 전후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국에 등극하는 것이 현실성을 띠게 된다.

인구절벽에 저성장 직면

그러나 이런 경제 성장에도 조용히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인구절벽’이다. 유엔은 2020년 중국의 평균 연령이 38.4세로, 처음으로 미국을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3년을 정점으로 감소했는데, 2027년부터는 ‘중국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세계은행(WB)과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개혁 조치가 없다면 2030년대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1.7%에 그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일본 싱크탱크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중국이 2050년대 GDP에서 미국에 재역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1위 경제국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30년 천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장 벽에 부딪히면 공산당 일당 지배 위태로워

경제 성장은 중국에서 공산당 일당 지배를 가능케 한 핵심 논리였다. 그러나 시진핑 정권은 2012년 출범 이후 계속 성장 둔화에 고민했다. 국민이 성장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워지자 당은 일대일로와 군비 증강을 통해 중국의 부상을 알기 쉽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마이너스 성장과 대량 실업 사태는 시진핑 지도부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향후 저성장이 일반화하면 국내 불만을 억제하고자 대외적인 도발을 계속하는 것과 더불어 디지털 기술에 의한 국민 감시를 강화할 수 있다. 디지털 위안은 즉 첨단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인 결제 수단을 넘어서 이런 감시 도구 역할도 하게 된다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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