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상대를 자동으로 조준하는 이른바 ‘에임(AIM)핵’은 법률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다만 이를 판매하는 행위 등은 게임산업법 위반죄가 인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 씨의 상고심에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박 씨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게임 ‘오버워치’에서 상대방을 자동으로 조준하는 ‘AIM 도우미’라는 프로그램을 판매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시스템, 데이터 등을 훼손, 변경, 위조하거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악성프로그램)을 전달, 유포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게임산업법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관련 사업자가 제공,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 기기, 장치를 배포하거나 배포 목적으로 제작하는 것을 금지했다.
재판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상 ‘불법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박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박 씨가 제작한 프로그램이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게임산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은 이용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해당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돼 그 컴퓨터 내에서만 실행되고 정보통신시스템이나 게임 데이터,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는다”고 봤다.
또 “프로그램이 서버를 점거해 다른 이용자들의 서버 접속 시간을 지연시키는 등 정보통신시스템의 기능 수행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게임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더라도 무조건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온라인 게임과 관련해 일명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형사상 처벌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