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검열 2.0’ 모색?…2주간 페이스북·유튜브 등 해외 사이트 접속 허용

입력 2020-10-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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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후360 웹브라우저 튜버, 외국 사이트 접속 기능 제공
현재 차단 상태…국가 공인 새 인터넷 창구 열려는 시도

▲중국 베이징에서 작년 11월 21일 열린 월드5G 컨벤션 행사에서 방문객들이 사이버 보안업체 치후360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인터넷을 통제하는 중국에서 검열을 완화하려는 것처럼 보이는 실험이 2주간 진행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정부와도 관련 있는 사이버 보안업체 치후360(Qihoo 360)이 9월 말부터 약 2주 동안 자국에서 금지된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욕타임스(NYT) 등 외국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을 제공했다고 13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사용자들이 치후360의 웹브라우저 ‘튜버(Tuber)’를 통해 평소 가상사설망(VPN)을 통하지 않고는 접속할 수 없었던 해외 웹사이트를 직접 열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튜버는 여전히 중국의 인터넷 검열 방침을 유지했으며 10일 아무런 설명도 없이 폐쇄됐다. 예를 들어 튜버를 사용하려면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번호를 등록해야 한다. 중국의 모든 스마트폰 번호는 신분증 번호와 연결돼 당국이 언제라도 검열할 수 있다.

유튜브로 들어갈 수 있지만, 민감한 정보는 걸러졌다.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이름을 유튜브로 검색한 결과 상하이와 톈진, 마카오의 TV방송국 등 3개 계정에서 7개의 동영상 클립만이 나왔다. 시 주석 이름을 영어로 검색하면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9억4000만 중국 네티즌이 인터넷 상에서 더 많은 자유를 누리게 하려는 당국의 중요한 실험”이라며 “이는 인터넷 검열 2.0이라고 부를만한 상황”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화웨이 앱스토어에서 튜버를 약 500만 회 내려 받는 등 잠시나마 걱정 없이 해외 사이트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열광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의 퍼거스 라이언 연구원은 “튜버의 최근 시도는 중국이 인터넷에서 좀 더 개방적으로 되려는 것처럼 보여 흥미롭다”며 “여전히 실제 작동 방식은 사용자들이 고도의 감시를 받게 되고 그들이 이 플랫폼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검열기구에 의해 필터링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잘 봉쇄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자신감이 커진 끝에 이런 시도를 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또 과학과 공학 연구를 위해 적어도 일부 국민은 인터넷 접근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 반중 감정이 커지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위협을 내세우며 텐센트홀딩스의 메신저 앱 위챗과 바이트댄스 산하 틱톡 등 중국 인기 앱들의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도 해외 웹사이트에 대한 문을 더 열면서도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대규모 인터넷 검열 시스템을 우회하는 VPN을 배제시키는 데 이런 접근법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즉, 튜버를 통한 실험은 국가 공인 새 인터넷 창구를 열려는 시도라고 블룸버그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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