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재감염 사례 첫 확인…집단면역 의구심 커져

입력 2020-10-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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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주 거주 남성, 두 번째 감염서 증상 더욱 심해
WHO “집단면역 논의 비윤리적…선택 사항 아냐”

▲전자현미경으로 촬영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미국 네바다대 연구진은 12일(현지시간) 의학 학술지 랜싯 감염병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내 코로나19 첫 재감염 사례를 보고했다. AP뉴시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다시 걸린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집단면역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네바다주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식 인정된 것은 물론 이 남성이 두 번째 감염에서 더 증상이 악화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네바다대 연구진이 의학 학술지 ‘랜싯 감염병(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이날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25세의 한 남성이 4월 중순 코로나19에 걸리고 나서 완치됐지만, 6월 초 다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처음 감염됐을 때는 중간 정도의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감염에서는 증상이 크게 악화해 긴급 산소공급까지 받아야 했다.

저자들은 “이 남성을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유전적으로 두 종류로 구별된다”며 “바이러스가 긴 잠복기에 들어가 계속 감염된 상태로 남아있었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홍콩과 네덜란드, 벨기에와 에콰도르 등에서도 비슷한 재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나, 미국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재감염 시 증상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폴 헌터 의학 교수는 “네바다 사례는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하나는 환자가 매우 짧은 기간 내 재감염됐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후 감염됐을 때 증상이 첫 번째보다 더 심각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바다대 연구진은 이에 대해 몇 가지 가능한 설명을 제시했다. 환자가 두 번째 경우에 더 많은 양의 바이러스에 접해 병이 중증으로 발전했을 수 있다. 또는 더 악성의 바이러스 균주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다. ‘항체의존면역증강(ADE)’으로 알려진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이 현상은 바이러스가 항체를 이용해 숙주 세포에 급속히 퍼져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것을 뜻한다. 아직 코로나19에서 정식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뎅기열 등 다른 전염병에서는 해당 사례가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재감염이 코로나19 대응 방법으로 집단면역 전략이 효과가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예일대학의 이와사키 아키코 면역학 교수는 “재감염 사례는 우리가 집단면역을 부여하는 데 있어서 자연적인 감염으로 얻은 면역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이 전략은 많은 사람에게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지 않다. 집단면역을 생성하려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이날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도록 내버려 둬 집단면역에 도달한다는 개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그러나 집단면역은 백신 접종에 사용되는 개념이다. 백신 접종 인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 사람들을 바이러스에서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집단면역은 바이러스에서 사람들을 보호해 달성할 수 있지 노출돼서 얻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논의는 비윤리적이고 우리의 선택 사항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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