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계 공정경제 3법 호소, 귀닫아선 안된다

입력 2020-10-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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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가 정부·여당의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 강행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수없이 반대 입장을 밝혔고 경제단체 공동대응을 통해 이들 법안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는 지난달에도 공동성명을 내고 법안처리 재고를 촉구했다. 경제단체들은 14일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3법 태스크포스(TF)와, 15일 민주연구원과 관련 정책간담회를 갖는다. 공론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법안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키기로 했다.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정부·여당의 법안 처리 방침은 완강하다. 6일 경총과 간담회를 가진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경제계의 법안 처리를 미뤄달라는 요구에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고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도 “공정경제 3법에 대한 논의는 할 만큼 했다”며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이 노동관계법 개정과 한 묶음으로 처리하자는 제안도 내놓았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공정경제 3법에 경제계가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반발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3% 의결권 제한규정 개편,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상법·공정법 개정안은 한결같이 기업들의 경영권 위협만 키우고 경영활동을 옥죄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계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3% 의결권 제한에 가장 큰 거부감을 나타낸다. 경영의 핵심인 대주주의 감사위원 선임권을 무력화해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을 어렵게 하고, 결국 투기펀드 등 회사 밖 세력에 의해 경영권이 위협받을 소지가 커진다는 점 때문이다. 주식회사의 근간을 흔드는 악법(惡法)이라는 것이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여야 할 돈을 경영권 방어에 쏟아부어야 한다면 기업 경쟁력 약화와 국가 경제의 심각한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규제 환경에서는 기업가정신도 발붙이기 힘들다.

경제계는 그동안에도 이들 법안의 독소조항에 대한 문제점과 역기능을 수없이 지적해왔다. 어느 때보다 벼랑 끝에 몰린 위기감이 큰 까닭이다. 여당은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3% 룰’의 조정 가능성을 말하고 있지만,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도 기업의 사법리스크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기업경영 환경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나라 경제는 뒷걸음치고 있다. 기업들이 공정경제 3법을 그토록 한목소리로 반대하는데도 정부·여당은 그저 ‘엄살’로만 치부하는 분위기다. 한번쯤이라도 기업들의 위기감을 헤아리고 절박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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