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시 "이득은 용인, 손해는 안성"… SK반도체 클러스터 갈등 봉합 가능할까

입력 2020-10-07 16:08수정 2020-10-07 18:3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SK하이닉스 “반도체 처리수라 오염 가능성 작아”…안성시 “한천 방류 안 돼”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용인시와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환경영향평가 본안 보완서류를 취하한 데는 이 사업이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례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대상 행정기관은 평가서를 접수한 날부터 45일 이내에 최종 의견을 내야 한다. 원래 두 번까지 가능한 보완 의뢰도 한 번밖에 할 수 없다.

즉, 이미 보완 의뢰를 한 번 받은 현재 상황에서 본안을 제출했는데 또다시 수정하거나 추가 검증해야 할 부분이 생기면 반려 처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 반려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아예 보완 통보를 받은 부분을 촘촘히 개선해나가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7일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취하 처리는 본안 제출한 것을 회수하는 절차로, 빈번하지는 않지만, 가끔 있는 일”이라며 “내면 심사가 처음부터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평가 유효기간이 20일가량 남았는데 보완해서 본안 서류를 다시 제출하면 나머지 기간이 차감된다”고 설명했다.

6월 초 본안을 낸 이후 업무일 기준 29일이 지난 7월 9일 보완 의뢰 통보를 받았으니, 다시 본안이 제출되면 45일에서 29일을 차감한 16일간 심사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큰 예산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니만큼 용인시와 SK하이닉스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최대한 빨리 동의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7월 보완 처리 이후 추가로 검토할 사항이 있어서 다시 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시 역시 마찬가지다. 업계에선 이르면 이번 달, 늦어도 다음 달에는 보완을 마친 본안이 다시 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쟁점은 ‘한천 방류’…안성시 “수질 하락으로 인근 농업 충격 우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지역 (사진출처=한강유역청)

쟁점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생산시설들이 들어선 이후 매일 발생하는 처리수 처리 방안이다.

애초 용인시와 SK하이닉스는 전체 처리수 62만 톤 중 25만 톤은 SK하이닉스가 자체 처리하고, 나머지 36만 톤의 자체 처리에 드는 재이용 처리수 일부를 합쳐 37만 톤가량을 한천에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과 50여 개의 협력사 공장들 반도체와 부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처리수와 함께 클러스터 내 입주가 예정된 아파트와 공동주택 등 생활 시설에서 나오는 생활하수까지 합친 양이다.

안성시는 한천 유량이 인근 고삼저수지로 유입되는 만큼 인근 농민들의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시 차원에서 공공 방류하는 일일 하수 처리량이 6만 톤에 불과한데, 6배가 넘는 양이 쏟아진다면 수질과 수온을 비롯한 환경적 요인에서 문제가 생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안성시 관계자는 “인근에서 농민들이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며 “만일 공정 오염수가 지속해서 유입된다면 한천과 고삼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농민들의 경우 친환경 인증이 불가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용인시인데 손해만 안성시가 부담한다는 여론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용인시와 SK하이닉스도 반박 여론을 고려, 6월 해당 부분을 보완했다. 최종 방류량을 37만 톤에서 34만 톤으로 소폭 줄였고, 방류지를 고삼저수지 하류와 10㎞ 떨어진 용인 지역 내 하천으로 우회하는 방안도 냈다. 지역 갈등이 지속되는 것을 피하려는 방안을 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우선 반도체 처리수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ㆍ폐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정 이후 철저한 처리가 이루어지는 만큼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오염된 물을 방류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우회 방안은 하천 건천화 현상 우려”…지역갈등 해결 가능할까

▲안성시 반대대책위원회는 7월 연 SK하이닉스 용인 산단 방류수 계획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오폐수 한천 방류 방침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사진제공=안성시 반대대책위)

문제는 이 방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환경평가위원들이 본안 심사 과정에서 우회 방안을 놓고 하천 건천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놨기 때문이다. 우회보다는 바로 방류하되, 정화 능력을 높일 수 있는 추가적인 시설이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용인시와 SK하이닉스는 다시 제출할 본안에서 이 같은 환경평가위원들의 제안을 반영하기 위해 추가 검증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만약 한천으로 방류한다는 방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안성시와 지역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업 진행은 늦어질 공산이 커진다.

실제로 안성시 지역민들의 감정은 좋지 않다. 안성시 내 이ㆍ통장을 모아 결성된 안성시 클러스터 반대대책위원회는 경기도청 앞에서 1인 반대시위를 7월부터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는 7월 개최한 방류 반대 기자회견에서 “안성 시민은 용인시에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그 자체는 박수로 환영하지만, 엄청난 양의 반도체 처리수가 매일 방류된다면 수질 악화로 인한 환경 피해와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의 생존권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