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투자한 키옥시아 IPO, 미중 갈등에 물 건너갔다

입력 2020-09-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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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옥시아 “10월 6일 상장 예정→연말 혹은 내년 초” 연기
화웨이 제재로 고객 잃고 공모가 전망치 낮아져

▲일본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의 상장 연혁. 키옥시아는 28일(현지시간) 도쿄증시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SK하이닉스가 투자한 일본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가 다음 달로 예정됐던 도쿄증시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키옥시아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글로벌 기술 분야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다.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키옥시아는 다음 달 6일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을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뤘다.

하야사카 노부오 키옥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이사회 이후 성명을 내고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시장 변동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있는 지금 IPO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든 이해 관계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려 적절한 시기에 IPO를 재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시총 17조 원 기대했지만 계획 재고

키옥시아는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로, 상장이 성사되면 시가총액이 1조5000억 엔(약 17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달 27일 도쿄 증권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을 받은 키옥시아는 이달 28일 공모 가격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중 기술 갈등 심화로 수요가 줄고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상장 계획을 재고하게 됐다. 키옥시아는 15일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가 발효된 데 이어 25일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도 수출 제한 조처를 받게 되자 상장 연기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중국 비중 20% 달해…화웨이 제재로 대주주 도시바 주가 한 달 새 15% 폭락

키옥시아는 미·중 기술 갈등으로 큰 타격을 입은 기업 중 한 곳이다. 키옥시아는 연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창출한다. 미국의 중국 기술 기업 제재 여파로 키옥시아의 지분 40%를 가진 대주주 도시바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15% 폭락했다. 화웨이 제재가 발효된 날 키옥시아는 화웨이로 나가는 플래시 메모리 출하를 중단하고 화웨이용 생산 능력을 다른 업체와 제품에 돌리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키옥시아는 이달 초 잠정 집계한 공모가에 따른 기업평가액이 2년 전 2조 엔보다 적게 나타나 상장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키옥시아는 공모가를 주당 3960엔으로 전망했지만, 화웨이 제재가 발효된 후 17일 전망치를 2800~3500엔 수준으로 낮췄다.

미·중 갈등 지속에 상장 여부 불투명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기술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라 연말까지 기다리더라도 키옥시아가 예정대로 상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미국 내 틱톡 다운로드를 금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당초 상무부는 자국 내 틱톡 배포와 업데이트를 현지시간으로 28일 자정부터 금지하기로 했지만, 법원의 결정에 따라 행정명령의 효력이 중단됐다. 법원은 11월 12일로 예정된 틱톡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을 내리지 않아 틱톡의 운명은 불확실하다.

앞서 도시바는 2017년 회계부정 스캔들에 미국 원전 사업 실패까지 겹치며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재정 지원을 위해 도시바는 미국의 베인캐피털과 한국의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올재팬’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려 했지만, 2018년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180억 달러(약 21조 1428억 원)에 인수하고 기업 이름을 키옥시아홀딩스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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