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0주년-특별 인터뷰]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 실현 위해 부자, 재산절반 기부하자”

입력 2020-10-07 05:00수정 2020-10-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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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한국경제 진단·전망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이룩하려면 부유층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집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건 1가구냐 2가구냐의 문제가 아니다. 집이 있으면 마땅히 세금을 내고, 그 대신 연금을 선진화해 노후엔 연금을 타서 생활하자는 것이다. 1가구 1주택자도 장기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이투데이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한국경제의 현안과 대응방안 및 향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직접 만나지 못하고, 전화통화로 진행했다. 박 전 총재의 목소리는 80대 중반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힘이 느껴졌다.

박 전 총재는 집값 문제와 관련해 1가구 1주택에도 보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현재 집값은 공급이 아닌 투기 수요의 문제”라며 “국민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1가구 1주택은 보유세를 적게 내도 된다는 건 한국적 사고방식”이라고 일갈했다. 미래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해 소유가 아닌 임대가 자연스러운 사회질서로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교사인 그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큰 흐름에선 옳은 방향이지만, 세밀함이 다소 미흡하다”고 평했다. 대표적으로 기업 투자를 저해하는 강성노조에 대한 대처가 아쉽다고 했다. 앞서 22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은 몸싸움과 반발 속에 무산된 바 있다.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 그 역할을 다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 재산세·취득세의 국세화, 소득재분배 확대 등을 현 정부의 남은 정책과제로 주문했다. 박 전 총재는 “실사구시의 실용성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앞으로 시장과 현장 중심의 합리적 정책을 기대한다”고 했다.

0.5%로 사상 최저 수준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코로나19가 내년에 수습된다는 전제하에 2023년까지 잠재성장률 수준인 2~3%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문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대비도 주문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서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성행하는 지금의 분위기는 앞으로 심화할 수 있다고 봤다. 해결 방안으로는 △기업 투자 강화를 통한 고용 창출 △실업보험의 전 국민화를 포함한 사회안전망 강화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보장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을 꼽았다

이밖에도 치열한 경쟁사회가 천민 자본주의로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부문화가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8월 전 재산 10억 원을 모교에 기부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해왔다. 박 전 총재는 “함께 잘 사는 자본주의 사회를 이룩하려면 최고 계층인 부유층이 소외계층을 배려해야 한다”며 “부유층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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