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자정 기해 미국 기술 활용하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사실상 화웨이 수출 금지...재고 1년 정도 버틸 가능성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자정을 기해 미국 기술을 부분적으로라도 활용하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은 화웨이에 사실상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다. 미국 상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미국이 승인을 해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숨통을 마저 조였다. 화웨이가 기존 제재를 우회해 반도체를 조달하고 있는 것을 완전 차단하기 위해 제재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반도체는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서부터 통신용 모뎀칩, D램과 낸드 같은 메모리에 이르기까지 화웨이의 모든 주요 제품에 들어간다. 따라서 화웨이는 앞으로 이동통신 기지국,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반도체 부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벌일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일단 재고로 버틴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재에 따른 반도체 ‘기근’에 대비해 2018년 말부터 재고를 대폭 늘려왔다. 이에 따라 주요 부품 공급업체들은 최근 매출이 큰 폭 늘어나는 특수를 누렸다. 대만의 경우 올해 2분기 관련 부품의 대중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가 반도체 수입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일부 부품 재고가 떨어지면서 화웨이가 더는 새 제품을 만들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화웨이는 고용 인력 1만9000명, 매출이 1240억 달러(약 146조 원)를 넘지만, 이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 상당한 인력이 경쟁사로 빠져나간 상태다.
관건은 화웨이가 주춤한 사이 시장에 어떤 지각변동이 몰아칠지다. 화웨이가 선두권을 달리고 있는 세계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화웨이는 2분기 삼성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출하 1위에 올랐지만, 이런 기세를 유지하는 것을 더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달 화웨이는 미국 제재로 이달부터 ‘기린 칩’ 생산이 중단된다고 밝혔다.
애플, 삼성전자, 샤오미, 오포, 비보, 에릭슨, 노키아 등 라이벌들이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을 얼마나 나눠 가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화웨이 제재로 한국의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세계 여러 협력 업체들의 사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중국 기술 전문 매체 지웨이왕은 전날 영국 시장조사 업체인 옴디아 자료를 인용해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한국, 일본, 대만의 협력업체들의 영향을 받는 매출 규모가 294억 달러(약 34조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11월 미국 대선이 화웨이의 생사를 가를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중 노선은 아직 불명확한 상태다.
미 대선 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전례 없는 고강도 제재가 계속된다면 화웨이로서는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