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현재 추진 중인 자산 매각 작업을 끝낸 후 비상장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이라면 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복합회사에서 투자회사로 본격적으로 탈바꿈을 시도한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채무 압축과 자사주 매입을 위한 4조5000억 엔(약 50조2000억 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진행 중이다.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 주식도 일부 매각했다. 이날은 산하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를 미국 엔비디아에 400억 달러에 팔기로 했다고 공식화했다.
자산 매각의 표면적인 이유는 일단 재무 개선과 주주 환원이다. 소프트뱅크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내놓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5월 발표한 2019회계연도(2019년4월1일~2020년3월31일)에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15년 만에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적자 폭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였다. 특히 10조 엔 규모로 운영되는 산하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1조9000억 엔의 손실을 기록했다.
소프트뱅크가 자산 매각으로 부채를 줄이는 한편, 투자회사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ARM 매각 후 회사 사업 구성을 보면 투자 사업에 대한 집중이 한층 명확해졌다.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320억 달러에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 구슬’이라며 ARM을 사들였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75%, 비전펀드가 25% 출자하면서 전략적 사업 자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번 매각을 통해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주식을 소유하기는 하지만 지분비율이 10% 미만으로, 그야말로 투자회사의 성격이 강해졌다.
투자회사에 집중하는 마당에 아예 비상장화까지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비상장화할 경우, 단기적인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다.
또한 보유자산 가치와 실제 주가와의 괴리에 대한 불만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비상장화를 부추긴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의 주식 밸류에이션은 1150억 달러로, 실제 주가와 차이가 많다. 소프트뱅크 주가가 2016년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던 3월 비상장화 검토에 착수했다는 사실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손 회장도 이 점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ARM 매각 발표 영향으로 14일 도쿄 증시에서 소프크뱅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 가량 뛰었지만 투자사업의 평가 이익이 좀처럼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 실리콘밸리와 가교 역할을 해온 소프트뱅크가 비상장화하면 도쿄거래소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프트뱅크 시가총액은 11일 기준으로 12조2500억 엔으로 닛케이225지수에서 두 번째로 덩치가 크다.
다만 10조 엔이 넘는 소프트뱅크의 주식 매입 자금 문제 등으로 실현가능성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