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교수, 전 한국세무학회장
최근 들어 국가는 급등하는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해 주거복지 차원에서 세금을 주요 정책수단으로 삼고 있다. 주택의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종전보다 크게 올렸고, 양도소득세율과 종합부동산세율도 의도적으로 높였다.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1주택자도 세금이 올라갔다.
다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율이 최고 6%(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하면 7.2%)까지 인상됨에 따라 10여 년이면 원본 잠식이 된다. 주택을 팔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양도소득세율이 최고 30%포인트가 가산되는 징벌적 과세가 됨으로써, 최고 79.5%의 세율(소득세율 45%+지방소득세율 4.5%+추가율 30%)이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주택을 처분하더라도 양도차익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놔야 해서 양도를 주저하게 된다.
다주택자는 주택 보유 시 징벌적 종합부동산세를 맞아야 하고, 양도 시 징벌적 양도소득세를 맞아야 한다.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이런 조세체계였다면 다주택을 소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1년간의 짧은 기간만 주고 처분하라고 한다. 재산을 수탈당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적 안정성과 미래예측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폭등하는 주택 가격의 안정화 대책으로 헌법에서 ‘주택개발정책’ 등 수요공급의 시장경제에 기반한 처방을 요구하고 있다.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세금 부과에 앞서 번듯한 주택개발정책이 먼저 필요하다.
‘세금’으로 모든 국가정책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쉬운 정책 수단은 없다. 못사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저소득 국가 혹은 독재국가에서 세법을 못 바꿔 어렵게 사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는 최첨단 기술로 이겨야 국가경제가 튼튼해지고 국민복지도 실현된다. 현대 국가들은 ‘세금에 기초한 국가 주도의 나라’가 아니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민간 주도의 나라’를 지향한다. 국가는 민간보다 늘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과도한 세금 일부는 반드시 저소득자에게 전가된다. 고소득자는 사망 시 상속세 등을 내며 모든 재산을 세상에 놓고 간다. 살아 있을때 세금을 너무 과도하게 부과하여 국가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까지 빼앗을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재능이 다름을 인정해야 사회 전체가 발전한다. 천재·과학자 등을 키워, 일반인보다 소득이 10배, 100배 많은 고소득자를 더욱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국가경제가 산다. 최첨단 기술로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세율은 낮고 세원은 넓게 운영해야 한다.
국가 정책에서 세금을 너무 강조하면 성장동력은 상실되고 국민저항만 키운다. ‘길거리 조세저항 혹은 국민저항’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세금은 인간의 꿈·도전·열정을 잃게 하여 국가를 흔든다. 세금은 만능의 정책수단, 즉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세금을 너무 과용하지 말고 본질로 가야 한다. 주택에는 ‘주택개발정책’ 등 종합적 부동산 정책이 요구되듯이, 모든 국가정책에는 세금에 앞서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는 적재적소의 종합적 대책이 먼저 필요하다.
세금은 국가정책에서 너무 앞세우지 말고 부수적으로 뒷순위로 남아 있어야 한다. 세금을 맨 앞에 세워 부각시키는 것은 주요 추진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과중한 세금은 ‘불’과 같아 저항의 씨앗이 되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국민의 입에서 세금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