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불씨 살아있나?…기안기금 둘러 싼 ‘눈치싸움’

입력 2020-09-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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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 무성한 아시아나 M&A…산경장 회의 미정, 11일 기안기금 심의회 개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문제를 놓고 여러 추측이 오가는 가운데 오는 11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가 개최된다. 이날 심의회가 사실상 딜이 종료된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2조 원 규모의 기안기금 투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이 여전히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면서 어떤 제안을 하느냐에 따라 향방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간산업안정기금 기금운용심의회(이하 기금운용심의회)는 의원들의 소집일정을 오는 11일로 통보했다. 기금운용심의회는 보통 목요일에 열렸으나, 이번 회의는 이례적으로 금요일로 일정이 잡혔다.

업계에선 이날 장이 마감되는 오후에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금지원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산은 관계자는 “기안기금 회의가 열리는 일정에 대해선 원래 정해진 요일이 없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금운용심의회 관계자는 “날짜만 통보받았지 회의 내용에 대해선 전달받은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우선 기금운용심의회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금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는 두 가지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아시아나항공 M&A 문제가 정리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주주인 금호그룹이 기안기금이 필요하다고 요청해야 한다. 전자의 요건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앞서 M&A 과정에선 기안기금의 투입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에 따르고, 후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기안기금 요청의 주체는 대주주에 있다고 밝힌 것에 따른다.

문제는 두 가지의 요건이 공식적으로 충족됐느냐다. 금호그룹은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의 인수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종료를 밝히지 않았고, 동시에 기안기금 신청 여부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오는 11일 기금운용심의회가 열리기 전 오전에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 회의)에 금호산업이 M&A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하고 딜이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을 선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 기대감으로 유지된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발생할 시장 충격을 줄여주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산경장 회의에 대해 “예정된 것이 없고, 과거에도 열린다고 했었지만 실제로 열리지 않은 경우가 있다”라고 밝혔다. 아직 산경장 회의가 열리는 것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심의위의 회의 일정이 잡혔다는 얘기다. 자금지원 결정에 신중한 입장인 기금운용심의회가 M&A가 종료되지 않은 시점인데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 여부를 사전에 결정했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날 회의가 열리더라도 기안기금 지원 여부가 나오지 않을 여지도 남았다.

일각에선 HDC현산이 여전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됐지만 여전히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미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만약 보도에 나온대로 산업은행이 인수가격을 일정 부분 인하해 주고 전향적으로 기안기금 지원까지 가능해진다면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의 회동 후 HDC현산이 이메일을 통해 산은에 ‘재실사’를 고수하면서 사실상 계약이 종료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제안한 내용도 정 회장의 요구 내용도 확정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다. 엄밀히 말해선 재실사를 요구했을 뿐, M&A를 종료하겠단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게 HDC현산의 입장이다. 하지만 산은은 이를 계약 파기 의도로 보고 있다는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로 HDC현산의 요구가 맞는다면 이번 기금운용심의회가 M&A 계약을 유지한 채 기안기금 투입이 되는지를 논의할 수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M&A를 종료하지 않고 기안기금을 투입할 가능성은 떨어진다”라고 봤지만, 파격적인 제안을 했을 만큼 M&A 종료를 우선으로 생각한 채권단으로서도 딱 잘라 거절할 제안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쉽게 나오기 힘든 매물이고 국가 기반 사업이지만 딜이 무산될 경우 대규모의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매각 주체들이 쉽게 계약 무산을 선언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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