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동발의하려면 동시접속, 말이 되나요”

입력 2020-09-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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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꽃들 정치경제부 기자

“국회 전자 발의 시스템이라고 해도 문제가 커요. 의원실마다 오프라인, 온라인으로 제각각 받은 서명이라면 취합할 수가 없습니다.”

“또, 전자서명의 경우 공동 발의하려면 동시에 접속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혁신 시대에 말이 되나요.”

4일 한 국회의원실 비서관이 기자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국회 셧다운 기간 중 법안 발의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이뿐만 아니다. 국회 내 업무망에서만 가능해, 정작 국회가 아닌 곳에선 접속 불가다. 디지털 제반이 마땅치 않은 까닭에 입법 활동에 제약이 많다는 그는 “10월 국정감사도 미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사흘 뒤인 7일 세 번째 국회 내 상주 인원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국회 출입 언론사 취재기자가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국회 본청 일부 공간과 소통관 등이 다시 폐쇄됐다. 5일 개방된 지 이틀 만이다.

국회의원, 보좌진과 국회 직원, 취재진을 포함하면 상주 인원만 수천 명에 이른다. 그야말로 n차 감염의 ‘슈퍼 전파자’에 노출된 구조다. 무차별 감염으로 폭주하기에 십상인 코로나19에 사실상 입법 활동은 무방비 상태다.

현재 국회는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회는 아날로그식 대면 법안 발의 요청 관행과 물리적 접촉이 많은 발의 시스템을 뉴 노멀 시대 전략에 맞게 환골탈태해야 한다. 구체제와 결별하고 언택트, 디지털 국회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국회엔 국감에서 피감기관을 송곳같이 날카롭게 견제해 ‘가을독사’를 자칭하는 4급 보좌관들만 600명이 있다. 21대 국회의원 300명을 포함해 이들로부터 10월 국정감사를 미뤘으면 좋겠다는 한탄 섞인 목소리 대신 신명나게 일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초연결 시대의 국회를 위해 정치적 상상력을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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