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내용증명 우편물 의도적 수령 거부해도 효력 발생”

권리 행사를 위한 우편인 것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수령을 거절했다면 우편물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의사표시 효력이 발생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A 씨가 조합을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우편물의 내용을 모르고 수취를 거절해 반송됐다면 의사표시가 도달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경기도 안양의 한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으로 기간 내에 분양 신청을 하지 않아 현금청산 대상자가 됐다. 그러나 조합은 A 씨 소유의 부동산 취득을 위한 수용재결 신청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 A 씨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내용증명 및 배달증명 방식으로 재결신청 청구서를 조합에 3차례 발송했으나 모두 '수취 거절'로 반송됐다. 해당 우편에는 대리인이 A 씨를 대리해 재결신청 청구서를 보낸다는 취지가 담긴 재결신청청구서, 위임장이 들어있었다.

이에 A 씨는 조합을 상대로 추가 감정 결과에 따른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와 재결신청이 늦어진 데 따른 지연가산금 5억2300만 원가량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손실보상금 증액 청구는 받아들이면서도 지연가산금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우편물의 봉투 겉면에는 A 씨의 이름이나 로펌이 대리한다는 점이 기재돼 있지 않았고, A 씨 명의의 재결신청청구서 등이 들었던 것도 몰랐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재결신청청구를 구하는 A 씨의 의사표시가 조합에 도달됐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봉투 겉면만으로는 우편물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A 씨를 비롯한 탈퇴 조합원들이 재결신청을 청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며 "또 우편물 발송인이 법무법인이고 일반 우편물이 아니라 내용증명 및 배달증명 방식이었으므로 사회 통념상 중요한 권리행사를 위한 것임을 넉넉히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무법인이 약 10일 간격으로 3차례에 걸쳐 반복적으로 같은 내용의 우편물을 발송했는데도 매번 수취를 거부한 점에 비춰보면 A 씨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수취를 거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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