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미래 먹거리 찾기 분주
불혹(不惑)에 접어든 국내 반도체 산업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지난 40년간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한 만큼, 이제는 비메모리 분야에 눈길을 돌릴 때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1968년 아남산업이 반도체 조립사업을 시작한 후 반도체는 국내를 대표하는 간판 수출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반도체 부분은 지난 1992년 이래 단일 품목 기준 16년 연속 수출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으며 1994년10월에는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수치 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지만 반도체의 미래는 결코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세계적 경기 불황 속에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국내 주력제품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끝 모를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어렵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반도체 미래 신수종사업 찾기에 분주하다.
국내 생산라인과 상황들을 고려할 때 과연 적합한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은 많다.
하지만 그동안 치중했던 메모리반도체에서 벗어나 비메모리 반도체를 강화하는 게 '한국 반도체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 시장 참가자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메모리보다 시장 규모가 4배나 크고 고부가적인 비메모리 분야 취약성은 국내 반도체산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위덕대학교 반도체전자공학부 박훈수 교수는 비메모리 중에서도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의 중점 육성 필요성을 강조한다.
박 교수는 "메모리 분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재는 뒤쳐졌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며 "자동차용 반도체를 등한시하면 최악의 경우 국내 자동차 시장이 붕괴될 수도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육성 프로젝트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 내·외부의 온도, 압력, 속도 등을 측정하는 센서와 ECU(Electronic Control Unit)로 통칭되는 엔진, 그리고 구동장치(Actuator)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는 지난해의 경우 전체 차량부품의 20%를 차지했고 오는 2010년에는 23%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나 돼 컴퓨터(47%), 통신(23%), 가전(16%)에 이어 네 번째에 달하며 비중 역시 갈수록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기술 수준은 부끄러운 수준으로 특히 ASIC, ASSP 및 아날로그 IC 등의 세계 점유율은 전무한 상태다.
ETRI 전황수 융합신서비스연구 팀장은 “차량용 반도체 기술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며 “현재 대부분 차량용 반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메모리와 자동차 산업에서 기반을 갖추고 있는 만큼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와 업계는 반도체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꼽는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반도체의 날 기념식에서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곧 기회"라며 "좀더 시스템 반도체로 무게중심을 이동해 제2의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석 하이닉스 부사장은 같은 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우리는 메모리만 선진국이라 바퀴가 하나뿐인 불안정한 마차로 반도체에는 시스템반도체라는 또 다른 왕국이 있다”며 "정부 시책을 통해 윈윈 전략을 수립한 후 강력한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시스템LSI 분야'에는 삼성전자가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점유율 1위 제품군을 올해 5개에서 오는 2011년 8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윤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전무는 지난달 29일 "시스템LSI에서 일류화사업을 2011년까지 8개로 늘릴 것"이라며 "이미 제품과 기술적으로는 준비돼 있지만 시장 성장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MP3플레이어용IC, 스마트카드IC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고 CMOS이미지센서(CIS)도 올해 1위에 등극할 전망이다.
한편 하이닉스는 올해부터 CMOS 이미지센서(CIS) 등 비메모리와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장치(SSD)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P램과 Z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나섰다.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과 함께 자동차(오토모티브)와 무선인식(RFID) 반도체 등 신사업 확대에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