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문 나눠주며 "다 해 먹었다"…대법 "명예훼손 아냐"

입력 2020-08-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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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문 사본을 배포하며 특정인을 비방 했어도 공공의 이익에 관한 표현이라면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상해, 모욕,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5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임시총회에 참석하는 택시협동조합원 60여 명에게 B 씨의 횡령 사건 관련 판결문 사본을 나눠주며 “B가 C 사장이랑 같이 회삿돈을 다 해 먹었다”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합 금융자문 제공자인 B 씨는 조합 자금 20억 원을 업무상 보관 중 11억5000여만 원을 횡령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 처분을 받았다. 조합 이사장인 C 씨는 관련 수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1심은 “조합원이 조합 구성원으로서 횡령 사실을 알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기재된 형사 판결문 내용을 그대로 배포하고 ‘다 해 먹었다’는 식의 표현은 피해액이 반환됐다는 판결문 내용과도 맞지 않는다”며 벌금 250만 원을 선고했다.

C 씨에 대한 명예훼손 부분도 “피고인은 C 씨의 조합 운영에 불만을 품고 실제로 B 씨의 횡령행위에 가담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또 판결문에는 B 씨가 단독으로 돈을 횡령했다고 기재돼 있고 C 씨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B 씨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봤다.

또 C 씨에 대한 부분도 “조합 재산 관리자로서 임무 위배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피고인이 C 씨가 B 씨의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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