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565만 명, 17만 명을 넘어서는 등 확진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거침없이 오르는 미국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달 말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 증시에서 광기가 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지금 증시에서 ‘FOMO(fear of missing outㆍ상승장에서 소외될 것을 두려워하는 상황)’가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렌터카업체 허츠처럼 파산한 회사의 주식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을 보면 증시에 약간의 광기가 있음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증시가 오르는 사례가 비단 미국만의 일일까. 국내 증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말 2249.37에서 이달 중순인 13일 2437.53까지 9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20일 2274.22로 급락했지만 21일과 24일 시장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2300선을 재차 탈환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시장 유입 또한 여전하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대변되는 개인투자자들의 거침없는 투자는 시장 회복의 동인이 되는 것은 물론 시장 하락의 안전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긴 투자예탁금만 52조 원이 넘는다. 초저금리 시대에 넘치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려는 시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개인이 자력으로 조달 가능한 투자금을 넘어서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매수자금을 빌리는 것에 더해 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통한 재원 마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15조7668억 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잔고는 올해 초 9조 원대에서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한 3월 중순에 6조 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5월 들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10조 원을 돌파했고 이달 18~19일에는 16조 원을 넘어서는 등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융자잔고는 개인이 주식을 사기 위해 해당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신용융자를 내는 것은 대세 상승기에 융자를 레버리지로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빚을 내 산 주식의 주가가 하락한 상태에서 통상 3개월의 만기일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매도한다. 이른바 ‘반대매매’를 통해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상승장에서 시세 차익을 내면 다행이지만 국내 증시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로 추가 상승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시행 가능성과 이에 따른 현실 경기 여파 등의 변수를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로 시장이 다시 급락하면 증권사의 반대매매를 불러와 개인투자자들의 연쇄 신용불량 사태도 초래할 수 있음이다.
영국 어느 한 과학자가 언급했듯이 인류는 영원히 코로나19와 함께할지 모른다. 그만큼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급변할지 모르는 만큼 개개인의 자산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의 신중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