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오른다"…지방 큰손, 마용성ㆍ노도강도 '줍줍'

입력 2020-08-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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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대책 이후 외지인 매입 비율 21%로 올라

대구에 사는 박모 씨는 지난달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를 11억 원가량에 매입했다. 대구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 중이지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을 위해 집을 구매한 것이다. 박 씨는 “다주택 소유에 따른 세금(보유세) 부담이 고민되지만 최근 서울 집값 상승폭을 보니 그래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꺾일 줄 모르자 지방 현금 부자들의 투자 발길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그간 지방 현금 부자들의 타깃이 됐던 강남지역뿐 아니라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과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 등 중저가 단지들이 많은 지역에도 원정 투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마용성' 아파트 외지인 거래 5배 늘어난 656건

24일 한국감정원 부동산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에서 지방 사람들(외지인)이 매수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매매(7332건) 중 외지인 매입은 1269건으로 17.3%에 불과했으나 5월 20.97%로 증가했다. 6·17 부동산 대책이 나온 6월에는 21.38%까지 늘었으며 지난달에도 20% 가까이 외지인들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처럼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이 늘어난 것은 6·17 대책, 7·10 대책, 8·4 대책 등 잇따른 정부 대책에도 잡힐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6·17 대책 이후 최근까지 2개월여간(6월 15일∼8월 17일) 0.52% 상승했다.

특히 “더 늦기 전에 매수해야 한다”는 ‘패닉 바잉’(공포 매수) 현상이 나타나면서 강남뿐 아니라 마용성 등 신흥 부촌으로 부상한 지역은 물론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된 노도강 등지의 아파트값까지 급등했다. 노도강 아파트 매매가격은 최근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9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이에 외지인들의 투자도 기존 강남에 집중됐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마용성, 노도강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5월에만 해도 마용성에서 이뤄진 외지인 아파트 매입 거래는 11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5배가 넘는 656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노도강에서도 5월 185건에서 6월 508건, 7월 706건으로 급격하게 거래량이 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은 지역을 막론하고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 오른다는 생각에 매입을 문의하는 지방 부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용산구 용산동5가 D공인 관계자도 “돈 있는 지방 큰손들의 경우 자녀들에게 증여하기 위해 서울에 집을 매입하기도 한다”면서 “세금 때문에 지방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서울 집을 부모님 명의로 사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집값 양극화로 서울 아파트 선호도 높아질 것"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서울과 지방 간 집값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이 같은 서울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법인이나 다주택자들은 아파트를 팔아야 하는데, 향후 집값 상승 기대감이 높은 서울 아파트보다는 지방 아파트가 우선 매도 대상이 되면서 지방 아파트 가격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법인의 아파트 처분 건수는 총 8278건으로 6월(6193건)에 비해 33.7% 증가했는데 이 중 서울 아파트를 매도한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반면 전남(31.8%), 경남(12.3%), 충북(12.2%), 제주(11.6%) 등지에서는 매도 비율이 10%를 넘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 아파트는 전국에 걸쳐 사려는 사람이 많다 보니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각종 규제에 따른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수요 역시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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