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이현정 안무가 "'제이미' 이어 '킹키부츠'까지…복이 많나 봐요"

입력 2020-08-13 05:00수정 2020-08-13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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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는 제2의 연출가…제 춤이 극에 녹아들었으면"

▲뮤지컬 '제이미' 이현정 안무가가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제이미', '킹키부츠'까지 올해는 대극장 공연을 많이 하게 됐어요. 지난해 '레베카' 이어 바로 하네요. 힘든 시기에도 제 작품들이 모두 무사히 올라갈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이죠."

안무가 이현정 씨는 소위 '잘 나가는' 안무가다. 올해 그는 굵직한 대극장 뮤지컬에 참여한다. '안무가 이현정'이라는 타이틀을 펼치는 데 문고리 역할이 되어준 '킹키부츠' 외에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초연하는 뮤지컬 '제이미'의 안무를 맡았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풍월주',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까지 올해 무대에 오른 수많은 작품이 이 씨의 손을 닿았다.

최근 '제이미'의 공연이 펼쳐지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이 씨를 만났다. 이 씨는 "지금 어린이 뮤지컬도 하고 있다"며 "제약을 두지 않고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두 참여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의 대본, 음악만 가지고 오고 연출과 안무를 재창작하는 것을 라이센스라고 한다. '제이미'는 원작과 똑같이 구현해야 하는 레플리카 작품이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시기에 '제이미'를 만나게 됐다.

"외국 스태프들이 못 오게 됐어요. 레플리카임에도 거의 최초로 제가 비디오 보면서 안무를 하나하나 구현해야 했죠. 외국 안무가의 작품을 훼손시키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하루 8시간씩 비디오를 보면서 맞춰갔어요."

일반적으로 원작의 스태프가 내한해 안무를 만들었던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설명한다. 이를 숙지한 안무가는 배우들에게 춤을 전수한다. 이 씨는 원작팀이 없는 상태로 '제이미'의 안무를 익히게 되면서 깨달은 게 많다고 했다.

"안무의 의미를 알고 춤을 추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확실한 차이가 있어요. 다행히 2층 무대에서 찍은 투어 버전 영상을 보며 안무를 익히고 배우들에게 전수했어요. 가르치기 전에 잠도 안 오더라고요. 결과물을 보고 원작팀이 '폭풍 칭찬' 해줘서 마음 놓았죠."

다만 앙상블 역할을 하는 '11학년 학생' 배우들에게 이 씨가 특별히 주문한 것도 있다. 살아있는 춤을 췄으면 좋겠다는 것과 앙상블이어도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씨는 올해 대극장에 오르는 작품 세 편의 안무가로 활약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춤만 추면 댄서로만 보이잖아요. 2막 1장인 '에브리바디스 토킹 어바웃 제이미(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는 애착이 가는 장면 중 하나예요. 이 장면에서는 앙상블 친구들이 모두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춰요. 뮤지컬에선 앙상블들만의 신을 보기 어려워요. 주연과 조연 뒤에 앙상블이 있거든요. 11학년만의 신인 만큼 노트를 정말 많이 했어요. 친구들이 노래, 연기, 춤 모두 다 잘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갓상블'이 돼서 앙상블상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 씨는 오디션에도 참여해 제이미 역을 맡게 된 조권·신주협·뉴이스트 렌·아스트로 MJ를 직접 선발했던 이야기도 전했다.

"권이는 워낙 힐 신고 춤을 추는 걸 좋아하는 친구예요. 그렇게 출 수 있는 친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죠. 주협이는 배우이다 보니 드라마 선이 좋아요. 어깨를 내리고 출 수 있도록 도와줬죠. 춤 선이 가장 예쁜 건 민기(렌)예요. 무용을 안 해본 친구라 발끝에 대한 지도를 해줬어요. 명준(MJ)이는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가끔 멋있는 게 튀어나와요. 귀여운 남자아이 같아요. 힘을 빼라고 알려줬어요."

이 씨가 제이미들에게 공통으로 주문한 것도 있다. '조권을 흉내 내지 말라'는 것이었다. 조권은 '제이미'가 내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소화력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좋은 건 닮되 모두 자기의 것을 찾으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워요. 네 명이 각자의 개성을 가진 제이미가 됐죠."

뮤지컬에서 안무가의 역할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묻자, 이 씨는 "저는 감히 '제2의 연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제 안무는 화려하지 않아요. 어떤 분은 제 안무에 대해 너무 가사에만 충실하다고도 말하죠. 하지만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사 전달이라고 생각해요. 음향 감독님이나 배우가 해내는 역할일 수 있지만, 저는 관객들이 제 안무를 보고 그 가사를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이 씨는 대극장 뮤지컬의 안무 창작을 많이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대학로 뮤지컬, 연극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이 씨는 안무를 만들 때 극의 드라마에 집중한다. 그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데뷔한 뮤지컬배우 출신이다. 이 씨는 앙상블과 코러스를 하면서 배우 생활을 하던 중 배우 김대종의 소개로 연출가 김태형을 만나게 됐고, 김 연출과 17개의 작품을 함께했다. 이후 극을 훼손시키지 않는 그의 안무는 수많은 연출의 선택을 받게 된다.

이 씨는 배우로 활동하면서 동작의 이유도 모른 채 춤을 추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배우들이 연기하고 노래하면서 소화하기 쉬운 안무를 구상하려 애쓴다.

현재 안무가로서 이 씨는 '드라마'와 '안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마음이다.

"대극장 안무는 '신과 함께 이승편'과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두 편을 만들었어요. 레플리카로 찾아주시는 것도 너무 좋고 행복하지만, 대극장 창작을 하고 싶어요. 저만의 안무를 만들 때 보람이 정말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학로 공연도 절대 놓을 수 없어요. 연극도 다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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