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률 '안정세'…공급 효과 시차 한계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정부가 '주택 시장 안정 보완 대책(7ㆍ10 대책)'을 내놓은 이후 지난주까지 4주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는 0.2% 상승했다. 직전 한 달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0.1%포인트(P) 낮아지는 데 그쳤다.
다른 기관 조사에선 상승률이 더 높다. KB국민은행 조사에선 7ㆍ10 대책 이후 한 달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지수가 0.9% 올랐다. 민간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이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킨 게 아니라 집값이 안정적으로 상승할 발판을 마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이다.
시장에선 최고가 기록을 새로 세우는 단지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2차 e편한세상' 아파트는 2일 전용면적 164㎡형이 20억5000만 원에 매매됐다. 이 아파트에선 같은 면적이 19억5000만 원에 매매된 게 최고가였지만 한 달 만에 1억 원이 오르며 기록이 바뀌었다. 강북에서도 지난달 초 13억5000만 원이었던 광진구 광장동 '광장 힐스테이트'가 1일 14억8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규제가 좀처럼 약발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대폭 강화된 가운데 정부가 수도권 대규모 주택 공급대책까지 발표했지만 실수요의 중저가 아파트 매수가 이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유지되는 분위기"라며 "전반적으로 매물이 많지 않아 수요가 꾸준한 역세권과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이달 초 내놓은 '서울 권역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8ㆍ4 대책)'도 당장 시장 분위기를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8ㆍ4대책에서 정부가 13만2000가구 공급을 발표했지만 이들 물량이 실제 입주까지 이어지려면 짧아도 4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공급 대책이 가뜩이나 전ㆍ월세 규제로 불안정한 임대 시장을 자극할 역효과 우려도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은 10일 발표한 '8ㆍ4 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3기 신도시 및 금번 대책 사업지에 대한 대기 수요가 확대되면 전세 불안 문제가 가중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