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순이익 263억 달러로 87% 급증…역대 최대 자사주 매입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의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1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버크셔는 이날 올해 2분기 순이익이 약 263억 달러(31조 2576억 원)로, 작년 동기 141억 달러에서 약 87%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충격으로 497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예상 외로 빠르게 회복하는 분위기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어든 약 55억 달러로 집계됐다.
WSJ은 주식시장의 반등이 회사 경영에서의 이윤 감소, 항공부품 제조사 프리시전캐스트파츠의 평가절하 등을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버크셔는 2016년 항공기 부품회사 프리시전캐스트파츠를 370억 달러에 인수했는데, 올해 들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98억 달러 규모의 감가상각을 단행했다.
실적에 ‘효자 노릇’을 한 건 애플이다. 버크셔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애플은 2분기에 주가가 51.4%나 뛰면서 버크셔의 순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버크셔는 2분기 말 시점에 920억 달러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했다. 이는 2070억 달러 규모의 버크셔 전체 주식 포트폴리오 가운데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장은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이 2분기에도 여전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버핏은 올해 2분기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자사주 매입에 집중했다. 이 기간 버크셔는 51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 한 해 전체의 자사주 매입액보다 많은 수치이자, 분기별 매입 금액으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보유 현금도 덩달아 쌓여만 가고 있다. 2분기 말 기준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은 약 146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 말 1373억 달러에서 93억 달러가량 불어난 수준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행보가 다소 달라질 수 있다. 버크셔는 7월 5일 도미니언에너지의 천연가스 운송 및 저장 부문의 자산을 4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바 있다. 버크셔가 떠 맡기로 한 도미니언에너지의 부채(57억 달러)까지 합하면 총액은 97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3월 코로나19 충격이 금융시장을 뒤흔든 이후 버크셔가 나선 첫 대규모 투자다. 이를 시작으로 그동안 현금만 쌓아둔 채 이렇다 할 기업사냥에 나서지 않던 버크셔가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