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4 공급 대책 시작부터 역풍, 시장은 불신

입력 2020-08-0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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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4 부동산대책’으로 서울·수도권에 13만2000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 시작부터 역풍에 부딪히고 있다. 대책의 핵심인 공공재건축을 통한 용적률 상향 및 50층 고밀도 건축 허용에 대해 서울시와 벌써 엇박자를 낸다. 신규 아파트 부지로 개발키로한 곳도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의견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졸속 대책이었음을 드러낸다.

정부 계획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서울의 5만 가구 공급방안으로 제시된 공공재건축이다. 용적률 규제와 층수제한을 풀어 공급을 늘리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사업을 진행하고, 늘어난 주택 물량 대부분을 기부채납으로 환수해 공공임대 또는 신혼부부 공공분양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나오자 마자 서울시는 “재건축은 민간의 영역으로 공공재건축 방향성에 찬성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면서 “공공재건축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고 물러섰지만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서울시는 주거용 아파트의 경우 35층 까지로 제한한다. 도시계획의 기본 틀이다. 공공의 직접 참여보다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해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공공성 강화가 중요하다는게 서울시 주장이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상암DMC와 서부면허시험장, 경기도 과천의 정부청사 주변 유휴부지 등을 아파트 단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지자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많은 이유들이 있다. 이미 혼잡이 심하고, 생활 인프라의 부족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며, 베드타운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정부와 지자체들간 합의가 모색되겠지만 사업의 지연은 불가피하다.

가장 큰 변수는 공공재건축을 통한 고밀도 개발과 기부채납에 대한 재건축 단지들의 반응이다. 벌써 부정적이다. 이미 분양가를 묶고, 초과이익도 정부가 걷어가는 실정에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성을 확보하는 당근이 제시돼야 재건축조합이나 건설업체들이 참여 가능하다. 그런데 고밀도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이 가져가는 구조에 재건축 단지들은 더 냉담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서울의 사업시행인가 전단계의 재건축단지 93곳, 26만 가구 가운데 20% 정도는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요 재건축 대상인 서울의 잠실주공 5단지, 올림픽선수촌, 압구정 현대, 목동 및 여의도 아파트들은 관심없다는 입장이다. 뉴타운 해제지역에 대한 공공재개발도 적극 추진한다지만 실제로 사업 실행이 어려운 곳이 많다고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2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이번에 공급대책이 처음 나왔는데 그마저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는 꼴이다. 정부는 의지대로 공공재건축을 계속 밀어붙이겠지만 또 실패의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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