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MZ세대 경영진 성적표는? 마켓컬리 웃고 보해양조 울고

입력 2020-08-10 05:00수정 2020-08-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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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경영인은 젊은 감각을 앞세워 도전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젊은 패기만으로 밀어붙이기에는 시장은 냉혹하다. 트렌드를 파악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도 하지만, 거시적인 안목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마켓컬리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가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5월 출간한 ‘마켓컬리 인사이트’에서 최근 트렌트에 가장 잘 대응한 국내 기업으로 이 회사를 지목하기도 했다.

1983년 생인 김 대표는 골드만삭스와 맥킨지 앤드 컴퍼니 등 글로벌 투자 기업에서 경영 감각을 익힌 뒤 국내에선 생소한 새벽배송(샛별배송)을 무기로 2014년 마켓컬리는 창업했다. 대형마트가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을 정도인 국내 유통 시장에서 샛별배송의 안착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창업 당시 29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4289억 원으로 4년 새 150배 치솟았다. 같은 기간 회원 수는 5만 명에서 올해 5월 기준 500만 명으로 100배 불었다. 일회성 고객이 아닌 충성고객 비중이 높아 사업 지속에 대한 전망도 밝다. 지난해 마켓컬리 고객의 재구매율은 61.2%로, 일반 이커머스 시장의 평균(28%)의 2배가 넘는다.

쿠팡에 이어 신세계·이마트의 SSG닷컴, 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등 유통 공룡들의 침공에도 마켓컬리는 지난 5월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 총 4200억 원의 투자를 끌어내며 업계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반면 젊은 감각만의 도전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낸 사례로는 보해양조의 오너 3세 경영인 임지선 대표가 꼽힌다. 1985년생인 임 대표는 2015년 전무 취임 후 ‘아홉시반’과 ‘잎새주부라더’, ‘부라더#소다’, ‘복받은부라더’ 등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공격 경영의 중심에 섰다.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
다만, 현재까지 실적은 신통치 않다. 2015년 매출 1238억 원에 82억 원의 흑자를 거둔 보해양조는 그가 취임한후 매출도 떨어지고, 60억 원의 적자까지 기록했다. 2017년 매출 1000억원이 깨진 이래 2018년 820억 원, 2019년 760억 원으로 계속 내리막길이다.

무리한 제품 확장과 야심차게 단행한 수도권 공략이 되레 경영에 짐이 됐다는 평가다. ‘탄산주’라는 새로운 장르로 트렌드를 읽었지만, 진입 허들이 낮아 경쟁사들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안방을 내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첫 작품인 저도 소주 ‘아홉시반’은 출시 8개월 만에 마케팅비용도 회수하지 못한 채 접어야 했고, 전남 지역 공략용 소주 17.5도 ‘잎새주부라더’는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17.9도 ‘참이슬’에 안방을 내주는 역효과를 냈다. 이어 론칭한 ‘부라더#소다’의 성적도 좋지 않아 2018년 권고사직과 희망퇴직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는 “젊은 CEO들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감각은 뛰어나지만 전 연령층을 커버하는 장기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데는 부족함이 종종 보인다”면서 “좋은 제품으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보편적인 가치와 원칙이 바로 선 경영철학이 먼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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