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공급을 위한 카드로 급부상한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에 난항이 예상된다. 지역 주민들이 반발이 워낙 커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83만㎡ 규모) 개발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들은 이번 주말 개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단체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골프장 개발 반대운동은 이미 서울시 시민제안 투표,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등을 통해 나타났지만 집회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주민들은 민원성 항의 전화에 나서는 등 골프장 부지 개발에 상당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아직 발표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주민들이 태릉골프장 개발을 반대하고 나선 건 정부가 교통 대책 없이 부지 일대에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촌 조성을 계획하고 있어서다. 주민들 사이에선 이미 혼잡이 심한 현재의 교통망으로는 더 많은 아파트와 인구를 감당하기엔 무리라는 공통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노원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 고질적인 교통체증라고 지적한다.
태릉골프장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라는 점도 반대 여론을 키우고 있다. 특히 태릉골프장에 공공임대주택을 조기 공급하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에 반대 여론은 더 강하게 일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 토론회에서 김 의원은 3기 신도시의 경우 토지 매입이 끝나지 않아 조성되기까지 최소 5~7년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골프장 부지에 다양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윤영식 아주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지에 1만3000여 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이 일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주민들 사이에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경우 태릉골프장 개발 방안이 곧 나올 주택 공급 대책에 아예 빠지거나, 개발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전문가들과 함께 공청회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