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임대차 3법 강행 땐 전세대란 불가피”…전문가 속도 조절 한목소리

입력 2020-07-27 16:23수정 2020-07-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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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가격 상승기 법 시행은 '불에 기름 붓는 격'…시행 연기·차등 적용 염두에 둬야

여당이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국회 통과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176석 거대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다음 달 4일 법안 통과를 목표로 심사를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치솟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 시행은 주택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세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현시점에서 임대차 3법 시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세입자 임대료 상승 부담이다. 만약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집주인들은 더는 임대료를 2년마다 조정할 수 없고, 연장계약 여부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이런 불안 심리 때문에 법 시행 이전부터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값과 전셋값이 들썩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얘기가 나온 이후 전세시장은 단기적으론 이미 혼란 상태이고, 중장기적으론 전월세 물량 부족으로 세입자들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선진국에선 전체 주택에 임대료 상한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임대주택 공급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법안을 적용하거나 임대료 상한제 등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 공급 물량 감소와 임대차 3법 시행 시기가 겹치면 전월세 시장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내년과 내후년엔 올해보다 아파트 입주량이 줄어드는 데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규제는 소급입법 여부에 따라 단기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 랩장은 이어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와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증가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민간의 임대사업자 규제와 대출 규제에 따른 갭투자 축소로 줄어든 전세 물량을 공공부문에서 메우지 못한다면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세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도 “집주인들이 법 시행 전에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큰데 전세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전셋값이 급등하면 이 가격이 시세로 굳어져 전체 전세 시세를 끌어올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올 가을 전세시장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25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임대차 3법을 단순 부동산 법안이 아닌 ‘정치적’ 법안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당장 전셋값은 안정되겠지만, 법안 내용대로 4년 뒤에 전세 재계약을 맺을 때는 전세금이 올라갈 것이 뻔하지 않겠느냐”며 “법안 소급 적용까지 고려하면 지금은 안정돼도 결국 전셋값 폭등을 4년 뒤로 미루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세대란을 막기 위해선 법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든 때에 임대차 3법이 도입돼야 전셋값 폭등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임대차 3법을 시행하더라도 일괄 적용이 아닌 일정 규모 이하 주택에만 법안을 적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임대차 3법을 적용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 주택에만 적용하고 일정 금액 이상 주택은 법 적용 대신 시장에 맡기는 형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안의 목적은 ‘서민 주거 안정’이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예컨대 3억 이하 주택에만 임대차 3법을 적용하고 그 이상은 시장에 맡기는 식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임대차 3법 논란이 거세자 진화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26일 설명자료를 내고 “임대차 3법이 도입돼도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 시점에 해당 주택에서 직접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아무런 제약 없이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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