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희망 고문, 이제 그만

입력 2020-07-19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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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욱 산업부 기자

평소 정치인을 만날 일이 별로 없지만, 지난주만큼은 많은 국회의원을 한 자리에서 봤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모빌리티 포럼' 창립 행사에 참석하면서다.

이 포럼은 미래 모빌리티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방법을 논하기 위해 출범한 국회 연구단체다. 미래통합당 출신의 권성동 무소속 의원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대표를 맡았고, 여야의원 50명 이상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반적으로 국회 연구 단체가 특정 정당 의원 위주로 채워지는 것과 달리, 모빌리티 포럼에는 중진부터 초선까지 다수 여야의원이 골고루 이름을 올렸다.

당시 개원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포럼에 참여한 의원 대부분이 행사장에 들러 서로 인사를 나눴다. 축사를 전한 모 중진 의원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연구 단체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대표를 맡은 두 의원은 행사에 이어 진행된 산업계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관심을 표했다.

포럼 출범을 바라보는 산업계의 기대도 그만큼 크다.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플라잉카, 로봇 등 차세대 모빌리티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당장 자율주행차가 원활하게 도로를 오가려 해도 그에 맞는 도시 인프라가 필요하고, 관련 법규도 있어야 한다.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며 벌어질 이해 관계자 간의 갈등을 해결할 공론장 역시 필요하다. 국회의 관심과 역할이 절실한 이유다.

일단 국회가 미래 모빌리티를 공식 의제에 올렸고, 진영을 넘어 다수 의원이 함께했다는 점에서 연구단체 출범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간 국회 연구단체는 출범 이후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않거나, 의제 논의에도 손을 놓은 경우가 많았다. 이런 선례가 있으니 포럼에 참석한 모 산업계 관계자도 "그저 희망 고문이 되진 않을지 걱정"이라 우려하기도 했다.

모빌리티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논의해야 할 현안도 쌓여있다. 모빌리티 포럼이 허울뿐인 연구 단체가 되거나, 누군가의 정치적 자산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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