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로또?”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은 말한다
극단적 임금 인상 흔하지 않고 잡음없이 전환 이뤄진 곳 많아
최근 꺼지지 않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논란에서 일부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쟁점은 두 가지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이 공정한 경쟁 없이 ‘고용안정’과 ‘높은 연봉’을 보장받았느냐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을 통해 연봉이 5000만 원으로 뛴다’는 내용이 포함된 소셜미디어(SNS) 글이 갈등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 두 가지 조건은 현 청년세대가 질 좋은 일자리를 판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목소리는 어떨까. 이투데이가 만난 정규직 전환 근로자들은 청년세대의 분노와는 사뭇 다른 의견을 냈다. 전환 이후 급여 수준에 대해선 이전과 비슷하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다만 고용형태가 안정됐다는 점에 대해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해고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면서 미래를 대비할 여력도 얻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방에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연구원인 A(39) 씨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급여 수준은 비슷해 기존과 큰 차이점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1년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시작한 뒤 7년만인 지난 2018년 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A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고용불안이 해소됐다는 점이 가장 크게 와 닿았다”고 말했다. 이를 체감할 수 있었던 계기로 그는 ‘적금’을 꼽았다. 비정규직 재직 당시엔 언제 회사를 떠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매달 정기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적금이 부담스러웠지만, 정규직 전환 이후 적금 가입에 망설임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 기관에서 운전업무를 담당하는 B(36) 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2019년 초 정규직으로 전환된 그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이 오르거나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고용안정에 따른 혜택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얘기했다.
고용 안정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사례로는 ‘대출’을 들었다. B 씨는 “소속기관이 생기며 이전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다”며 “이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내용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규직 전환 이후 입지에 대해선 두 사람의 의견이 갈렸다. A 씨의 경우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과도 평소처럼 잘 지내고 있다”며 “전환 이후 책임감이 커져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B 씨는 “일부 기존 정직원 중엔 시험을 보지 않고 들어온 상황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노노(勞勞) 간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이어 “내 경우 운 좋게 직접 고용형태로 정규직이 됐지만,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 중 일부는 전 인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중 일부인 자회사 방식의 정규직화가 또 다른 분란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다.
전문가들은 인국공 사태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진행된 현장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연봉 5000만 원’ 주장 같이 극단적으로 임금이 오른 사례는 흔치 않고, 큰 잡음 없이 정규직화 정책을 진행한 공공기관 수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국공 사태가 파급력이 커서 다른 공공기관 사례까지 다 포괄해 논의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잘 끝마친 공공기관을 하나의 모델케이스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앞서 B 씨가 언급한 노노갈등에 대해선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인국공 사태에서 정규직 전환 근로자에 대한 취준생의 반발이 많이 부각됐지만, 실상 이 문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노노간의 갈등”이라며 “노노갈등의 경우 기관 사업자마다 특수한 문제가 작용해 해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