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충격…전세→월세 전환 빨라진다

입력 2020-07-15 15:26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강남3구, 마용성 일대에서 전세 물건 월세 전환 사례 이어져

▲서울 강남 아파트 밀집 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 전세 아파트를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집주인들의 정부의 '세금 폭탄'을 회피하기 위해 세금 인상분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려는 움직임이다.

15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월세 형태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7·10대책에서 보유세 인상폭이 예상보다 커지자 월세 전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이같은 움직임은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 측은 "최근 전세로 아파트를 내놨던 다주택 보유 은퇴자가 월세로 돌리겠다고 했다"며 "소득은 없는데 보유세가 불어나면서 월세를 모아 세금을 해결할 수 있게 보증금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월세는 최대한 받길 요청했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B공인 대표는 "7·10대책 이후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겠다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전세물건 품귀에 그나마 있던 전세마저 반전세로 돌리겠다고 해 전세 물건 씨가 마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일대에선 전세 재계약을 서두르고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받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H공인 관계자는 "2년 전 전세 보증금이 6억 원대였던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이 현재 8억∼9억 원에 계약되고 있다"면서 "2년 전 당시 시세로 전세를 놨던 집주인이 최근 보증금을 유지하면서 월세로 90만 원을 더 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현동 e편한세상마포리버파크에선 7·10대책 발표 당일 전용 84.9㎡형이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40만 원으로 반전세 계약됐다. 아현동 M공인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정부 의도대로 집을 팔기보다 보유세 인상분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보증금 1억 원당 30만 원 수준으로 계산해 월세를 받아 세금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지켜야 할 법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집주인이 전세를 월세로 갑자기 전환할 때 월 임대료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않도록 전월세 전환율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3.5%를 더한 만큼만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가 0.5%여서 전월세 전환율은 4.0%다.

만약 보증금 5억 원짜리 아파트 보증금을 1억 원으로 낮춰 반전세로 돌리면 4억 원의 4%인 1600만 원의 12분의 1인 133만 원을 월세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산을 무시하는 집주인이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전세 공급 부족 심화로 전셋값 상승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감정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4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월세 물량이 늘어나면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도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17 부동산 대책으로 매매 대신 전세 거주를 택하는 수요와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 전세가격 상승 압박은 지속될 것 같다"며 "초저금리와 불어난 보유세 부담에 전세 물건의 월세 전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의 시행까지 예고돼 집주인들이 선제적으로 전세값을 올릴 가능성이 커 전세시장은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