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아직”...美 대형은행, 코로나쇼크 대비 대손충당금 33조 비축

입력 2020-07-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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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형 은행들의 분기별 대손충당금 추이. 출처 WSJ
미국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최악의 리세션에 대비해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개인과 기업 고객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설정해 2분기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비축한 것이다.

3사의 대손충당금은 총 280억 달러(약 33조5000억 원)로, 1분기 수준을 대폭 웃도는 것은 물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업계가 코로나19가 미치는 영향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자산 규모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미국 실업률이 내년까지 두 자릿수로 높게 유지되고, 국내총생산(GDP) 회복도 3개월 전에 내놓은 예상치보다 더뎌질 것으로 보고 대손충당금을 더 늘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보통의 리세션이 아니다”라면서 “불황을 보려면 아직 멀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P모건의 2분기 대손충당금은 104억7000만 달러로, 1분기 82억9000만 달러에서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2분기 순익은 46억9000만 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의 96억5000만 달러에서 51.4%나 줄었다.

웰스파고는 대손충당금으로 84억 달러를 설정하면서 2분기에 24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첫 분기 손실이다. 씨티그룹도 79억 달러를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한 영향으로 2분기 순익이 73%나 급감했다.

은행들은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저금리 기회를 이용하려는 개인 및 기업에게 대출을 늘려 큰 수익을 올려왔다. 작금의 코로나발 경기 침체에 빠지기까지 미국인이 안고 있는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학자금 대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 부채도 역사적 수준에 이르렀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경제 활동을 중단시키면서 이런 막대한 부채가 어떻게 될지 전망은 불투명하다. 3대 은행 관계자들은 14일 실적 발표에서 “5월에 여러 주가 경제 활동을 재개하면서 경기 회복 조짐이 보였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기업 활동이 잇따라 중단돼 은행들 역시 장기 불황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은행들은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와 보조를 맞춰 모기지와 자동차 대출, 상업 대출 상환을 일시 중단했지만, 이는 은행들의 향후 실적에 적신호를 의미한다.

소매 및 호텔 등 타격이 큰 산업은 이미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 그러나 앞으로는 더 다양한 업계가 불황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은행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JP모건의 제니퍼 피프삭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5월과 6월이 마음 편한 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수 개월 안에 중대 국면이 찾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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