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가장 먼저 아베 1강 체제에 반기를 든 사람은 정권 실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다. 간사장이란 실질적인 당대표이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이지만 총리이기 때문에 당무는 간사장에게 일임하는 것이 일본의 정치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간사장은 자민당 대표와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가 4월 7일 긴급사태를 선포했는데 그 후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줄어든 가구에 한정해서 1가구당 30만 엔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니카이 간사장은 연립여당 공명당과 연계해서 국민 1인당 일률적으로 10만엔 지급으로 총리 방침을 뒤집어 버렸다. 이 사건은 ‘니카이의 난’으로 불리는데 아베 총리가 압도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을 때라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동안 정권의 위기관리를 맡아온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아베 총리의 측근 관료들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패배해 코로나19 대책의 중심적 역할에서 제외되면서 아베 총리와 멀어졌다.
그리고 아베 총리에게 큰 타격이 된 사건은 관저의 수호신으로 불린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지검장(당시)의 사퇴다. 그가 내기 마작이 발각돼 사퇴하자 아베 총리는 검찰 내부에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됐고 총리 관저의 구심력이 저하됐다. 아베 총리의 권력이 막강했을 때 구로카와 지검장이 이끄는 도쿄지검 특수부는 장관실에서 업자로부터 현금을 건네받은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특명장관의 청탁 의혹을 입건하지 않았다. 그러나 구로카와 검사장의 사임으로 아베 정권의 권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이자 특수부는 총리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상과 부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참의원 의원을 선거법 위반인 유권자 매수 혐의로 체포했다.
이런 아베 총리의 구심력 저하로 자민당 내에는 장관이 되지 못했던 의원들을 중심으로 쌓인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1년간 존재했던 1차 아베 내각은 장관들의 스캔들이 잇달아 터져 관저 붕괴로 불리면서 아베 총리가 몸 컨디션 악화를 이유로 퇴진했는데 현재가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
이에 더해 여당 자민당에 충격을 준 것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이 지상 배치형 요격미사일 시스템 이지스 어쇼어 배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일이다. 이지스 어쇼어는 총액이 약 5000억 엔이 들 것으로 알려진 장비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기 매입 요구로 아베 총리가 매입을 결정했다. 아베 총리의 대미 공약을 일개 장관에 불과한 고노가 자민당과의 어떤 협의도 없이 중단했으니 아베 총리의 내각 장악 능력이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고노 방위상은 2021년 9월에 있을 차기 총재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언, 이미 포스트 아베를 겨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아베 정권을 지탱해 온 세 기둥 중 니카이 간사장, 스가 관방장관이 사실상 아베 총리에 등을 돌린 상태여서 아베 총리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은 맹우로 불린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아소 부총리는 6월 아베 총리와 세 번이나 단독으로 회동하면서 9월 해산, 10월 중의원 선거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는 연립여당 공명당 간사장과의 회담에서도 가을 해산을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코로나 감염이 다시 확대되면서 국민들이 ‘제2파’를 걱정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와 아소 부총리의 생각은 오로지 중의원 선거에서의 승리밖에 없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의회 조기 해산과 총선에 반대 목소리가 있다. 그런데 아소 부총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짐과 동시에 2021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올해 11월이 되면 아베 정권이 최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하고 도쿄 올림픽이 취소되면 아베 정권은 더 이상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견해다. 그러니 아소 부총리의 논리는 총선을 치른다면 10월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국민도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을 원한다. 이제 코로나 전과 같은 사회나 경제로 돌아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일본에도 없다. 재택근무 등 사회가 바뀌어 가려고 할 때 도쿄에 올림픽을 유치해 대규모 경기장 등 철근 상자를 만들어 기업이 돈을 벌 수 있게 한다는 아베 총리의 발상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기와 같은 발상이자 20세기적 가치관이므로 이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국민에게 도시 봉쇄를 요청할 때 이 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정중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관료가 작성한 메모를 그냥 읽었고 기자들의 질문을 빨리 중단했다. 자신의 생각을 성실하게 말하는 자세가 없는 사람에 대해 국민은 더 이상 양식과 식견, 지성을 느끼지 못하고 신뢰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베 총리 다음 총리는 국민이 위기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와야 하는데 과연 일본의 여권에 그런 총리 후보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