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 그룹 배터리 동맹, 혁신 시너지 기대 크다

입력 2020-07-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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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와 삼성·LG·SK 등 배터리 3사가 차세대 전기차 산업 주도를 위한 ‘배터리 동맹’을 맺는다. 재계 1∼4위 그룹이 손잡고 미래산업 선점에 협력키로 한 것이다. 총수들이 직접 나서 과거 경쟁과 견제의 관계를 벗고, 위기 돌파와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은 7일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공장에서 회동, 차세대 배터리와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고에너지밀도, 급속 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 등의 파트너십 구축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만나 배터리 협력을 다짐했다. 삼성이 강점을 지녔고, 안전성과 에너지 효율에서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를 훨씬 능가하는 차세대의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개발 현황 공유와 함께, 공동으로 추진하는 장기 프로젝트도 협의했다. 또 6월에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아 구광모 LG 회장과 장(長)수명 배터리 및 리튬-황 배터리 기술협력, 합작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2025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해 앞으로 내놓을 친환경차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출시키로 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이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계에서 LG화학이 1위, 삼성SDI가 4위, SK이노베이션은 7위다. 일본 파나소닉, 중국의 CATL과 BYD, AESC 등이 대규모 투자로 시장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수요 증가로 폭발적인 성장세가 전망된다. 해외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2025년 시장규모가 18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를 이을 신성장동력으로 이 시장의 선점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4대 그룹의 배터리 동맹은 기술과 공급망, 시장에서 한국이 미래차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는 기틀이 될 수 있다. 배터리를 넘어 전략적 제휴의 범위가 넓다. 미래차의 대세는 자율주행과 전동화(電動化)다. 삼성과 SK, LG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와 전장(電裝),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차량 신소재, 충전 및 서비스 인프라 등의 강점을 한데 모아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4대 그룹의 혁신역량을 결합하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뚫는 것도 어렵지 않다. 기업경쟁력이 이 나라 경제를 살리는 버팀목이다. 배터리 동맹을 주목하는 이유다. 정부도 미래차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과감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대기업 배척 논리에 밀려, 또 이들의 혁신의지가 꺾이고 새로운 성장동력 구축의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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