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유가’, 中 사재기 덕에 해소됐다?

입력 2020-07-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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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 세계서 원유 사재기...해상에 원유 7300만 배럴 비축 -7주 새 -40달러->+40달러로 급등

▲중국의 부유식 원유 저장량 추이. 출처 CNN
중국 북부 연안에 떠 있는 선박에 사상 최대치 원유가 저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6월 29일 기준 중국 북부 연안에 떠 있는 59개 선박에 7300만 배럴의 원유가 저장돼 있다. 이는 세계 전체 수요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바다 위 선박에 원유를 저장하는, 소위 ‘부유식 원유 저장’은 지상 저장고로 옮겨지기 전 7일 이상 바다에서 대기 중인 경우를 말한다. 에너지 조사기관 클리퍼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부유식 원유 저장량은 5월 말 이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국 해상 선박에 저장된 원유의 경우, 지난 3월과 4월에 사들인 것이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에 유가가 마이너스권에 진입한 시기다. 중국이 유가가 곤두박질친 시기를 이용해 원유를 마구 사재기한 셈이다.

매트 스미스 클리퍼데이터 상품 전략가는 “중국이 전 세계에서 원유 사재기에 나섰었다”면서 “그 결과가 지금 해안 선박에 가득 찬 원유들”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육상 원유 저장 탱크가 아직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스미스는 “이것은 단순히 병목 현상에 가깝다”면서 “지나치게 빠르게 원유를 사들인 결과 육지로 이송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원유 사재기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원유 시장을 버티게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배럴당 마이너스(-)40달러까지 추락했던 국제 유가는 7주 만에 배럴당 40달러로 급등했다. 세계 봉쇄 해제, 산유국의 전례 없는 감산에 더해 중국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은 결과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인 중국은 원유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원유가 쌀 때 많이 비축해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5월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하루 1130만 배럴을 기록했다. 6월 해외 원유 선적량은 이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유 사재기는 에너지 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다. 올 봄 원유시장은 ‘콘탱고’ 현상이 가파르게 진행됐다. 콘탱고는 선물 계약 만기가 멀수록 가격이 높아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투자자들이 상품에 대해 미래에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려고 할 때 발생한다. 이 상황은 향후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한다. 원유를 수개월 저장해뒀다가 가격이 올랐을 때 내다 팔아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지금 사들인 원유를 향후 팔아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 셈이다.

가격이 쌀 때 상품을 사들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중국 이외 다른 국가들도 저유가 환경을 이용해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이 비축한 원유량은 중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분석이다.

스미스는 “중국은 미친 듯이 원유를 사들인 유일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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