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중동서 쫓겨나는 亞 노동자...100만 명 대이동 시작된다

입력 2020-07-01 15:13수정 2020-07-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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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와 유가 폭락으로 산유국 고용환경 급속 악화 -UAE서 90만 개·사우디서 120만 개 등 일자리 대거 사라져 -각국 정부, 자국민 일자리 보호 우선...아시아 노동자 대량 실직

▲사진출처 두바이/AP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7년간 사립학교 경비원으로 일해온 조셉 산체스(47세) 씨는 고국인 필리핀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동안 그는 매달 경비 업무로 번 1950디르함(약 64만 원) 중 4분의 3을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해왔는데,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교 측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는 “넉 달 치 월급을 못 받았지만, 일거리도 없는데 물가 비싼 두바이에 있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중동 산유국에서도 대량의 실직자가 나오고 있다. 실직자 대부분이 타국으로 돈벌이하러 간 아시아 노동자들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들이 이동제한 해제를 기다리면서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 수가 무려 100만 명에 이른다고 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동에서는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침체로 고용 환경이 급속하게 악화했다. UAE 두바이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9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20만 명이 실직하는 등 상황이 심각하다.

사우디의 경우, 실업률은 12%대가 계속되고 있는데, 신규 실업자 대부분이 외국인이라고 한다. 사우디 젊은 층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외국인들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중동 산유국에서는 노동력의 약 절반 정도를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0~70%가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등 아시아 지역 출신이다. 이들 이주 노동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한 중동 산유국과 자본이 부족한 아시아의 간극을 메우며 두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럼에도 중동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노동·생활 환경이 매우 열악해 국제 인권단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집단 감염원으로 지목되면서 차별은 더 심해졌다. 심지어 쿠웨이트의 한 여배우는 “우리 병원이 부족해진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사막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고국에서도 환영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고용 환경이 악화하는 가운데, 갑자기 고국으로 돌아가면 해당 국가에서도 구직자가 대량으로 추가되는 데다 귀국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경우에는 취약한 의료시스템이 더욱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 국가 입장에서는 외화 소득이 줄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해외에서의 송금은 외국에서의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원조 규모를 웃도는 가장 큰 자금 흐름이다. 세계은행(WB)은 2020년 중간소득 국가와 저소득 국가를 합한 국제송금액이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닛케이는 “아시아 노동자들의 귀국은 코로나19 위기가 일으킨 세계화 역회전의 상징”이라면서 “어려움을 방치하면 출신국과 이주국 경제가 모두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자국의 문제만으로도 벅찬 만큼 양측이 대응에 협력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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