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2분기 실적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상반기 기업들의 신용 등급 전망 하향 조정을 크게 늘리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증시가 연저점을 기록한 직후인 3월25일부터 지난 6월22일까지 기업의 선순위 모보증사채의 신용등급전망 하향 조정 건수가 7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보증부 채권은 제외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 30건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신용등급 전망은 전반적인 국내외 경제나 산업 환경 등의 변수에 따라 신용 등급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대한 전망이다.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큰 ‘긍정적 전망’, 현 상태가 얼마간 유지되는 ‘안정적 전망’, 등급이 내려갈 소지가 큰 ‘부정적 전망’의 세 단계가 있다.
기업 신용등급은 자금 조달의 핵심 지표다.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만으로도 회사채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자금 조달에 부담이 커진다. 수개월 내에 신용등급이 실제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회사채를 사들이는 기관투자가 역시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채권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신평사들이 대거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코로나19로 실적 악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갑자기 신용등급을 떨어트려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기간 나이스신용평가가 28건의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지난 해 같은 기간의 15건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기업평가는 25개 기업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또 한국신용평가는 17건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는데 이 중 14건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신평사가 일제히 등급 전망을 떨어트린 회사는 △SK이노베이션 △S-OIL △한화에너지 △포스코 △AJ네트웍스 등으로 이들 기업은 최근 저유가 여파와 함께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농협생명, 한화손해보험 등의 보험사들의 신용전망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 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문제는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이뤄질 신용등급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가 반영된 실적이 나온 이후에 이뤄지는 정기평가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등급전망 변동만으로는 회사채 발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전망 하락만으로도 금리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미 악재들이 충분히 반영된 만큼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업종 및 기업이 코로나19의 피해를 보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반영한 레이팅 액션은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그 결과 등급 조정 대상기업의 범위 및 등급조정 폭도 제한적 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