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용평가사가 보험사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24일 크레딧 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주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등급(IFSR)을 ‘A1’에서 ‘A2’로 낮췄다. 이는 2년 만의 강등이다. 무디스는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성 악화 및 자본적정성 압박에 따른 신용도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3월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등급과 후순위 자본증권 신용등급에 관한 하향조정 검토에 착수해 강등을 예고했다.
앞서 4월에는 또 다른 국제 신평사 피치가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등급을 ‘A+’에서 ‘A’로, 장기발행자등급(IDR)을 ‘A’에서 ‘A-’로 각각 낮춘 바 있다.
국내에서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이달 초 농협생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다. 한국신용평가는 한화손해보험에 대한 장기신용등급 ‘AA-’의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신평사들의 잇따른 등급 조정은 저금리 장기화에 코로나19의 여파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국내 경기 둔화로 신규 보험가입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화생명은 저금리 지속으로 인해 지난해 4분기 76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당기순이익 340억 원을 기록했으나 무디스는 향후 높은 변동성과 리스크를 지적했다.
무디스는 “국내 생보업계와 손보업계는 보험사들의 높은 부채비용과 투자수익에 대한 의존도를 감안할 때 코로나19의 충격을 받은 업종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저금리 환경이 장기화하면서 수익성에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하면서 보험사의 수익성을 악화한 저금리 기조는 지속할 전망이다. 피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투자 변동성에 더해 생보사의 영업활동 차질로 인한 신규 사업성장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신평은 농협생명의 등급을 조정하면서 “국내 경기 둔화로 인한 신규 보험가입 수요 감소 및 지급보험금 증가 등으로 인해 보험 영업 부문의 현금흐름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자산운용부문의 수익성 개선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보험사의 고위험자산 잠재리스크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수익률 만회를 위해 해외부동산, 신용파생상품 등의 대체투자를 확대해왔다. 한국금융연구원(KIF)에 따르면 보험사의 해외 대체투자액은 지난해 6월 기준 15조4000억 원(10개사 기준)으로 2017년 말보다 46.7% 늘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대내외 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 및 위험 전이 등으로 대체투자의 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