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번째 ‘6·17 부동산 대책’, 효과는 여전히 의문

입력 2020-06-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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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또다시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다. 현 정부들어 21번째 대책이다. 강력한 규제조치를 내놓을 때마다 잠시 진정되는 듯하다가 다시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계속 더 센 규제를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가 17일 발표한 이번 대책도 마찬가지다.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수도권 서쪽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었다. 접경지역만 빼고, 인천을 비롯한 수원·성남·안양·안산·구리·군포·의왕·용인·고양·남양주·군포·안성·부천·시흥·오산·평택·광주·양주·의정부 등이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대전과 충북 청주도 규제지역에 추가됐다. 조정대상지역은 청약과 대출, 세제 규제가 강화되고, 투기과열지구는 고가 아파트 대출과,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등도 금지된다. ‘풍선효과’의 소지를 아예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고강도 조치도 동원됐다.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전입해야 하고,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추진 주택을 사들여 조합원 분양을 받으려면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그동안 규제망 밖에 있었던 법인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함께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를 강화키로 했다.

금융과 청약, 세제 전반에 걸쳐 어느 때보다 강력한 규제이지만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간 20차례의 대책으로 수많은 규제를 쏟아냈는데도 정부는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시장의 내성과 부작용만 키우고 정책의 신뢰성은 떨어졌다. 그런데도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투기와의 전쟁’이라며 “언제든지 강력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시장의 움직임을 뒤쫓아가는 땜질 처방인 데다, 근시안(近視眼)적 수요억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수요 많은 곳에 만성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시장불안은 장기 저금리 추세에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의 요인이 크다. 기준금리는 0%대로 내려앉았고, 한국은행의 양적완화도 진행중이다.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정부는 유례없는 돈풀기에 나서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결국 이번 대책도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나마 서울 등에서 공급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재건축까지 더 어려워졌다. 수요를 찍어누르고 돈줄을 틀어막는 방식으로는 시장의 악순환과 실수요자의 내집마련 기회까지 앗아가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넘치는 유동성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르도록 해야 시중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런 정책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한계를 드러낸 수요억제에만 집착해 실패를 거듭하는 정책 역량의 빈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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