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이후 4년 만에 바이오 대어로 평가받는 SK바이오팜이 코스피시장에 입성한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아 출시한 핵심 파이프라인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의 판매를 확대하는 동시에,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힘쓰겠다는 구상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은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회성 성공에 그치지 않고 구축해놓은 R&D 역량을 최대로 발휘해 신약개발 분야에서 자양분을 공급하는 기업이 되겠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신약으로 미 FDA 허가를 획득하며 바이오 대어로 주목받았다. 기술 수출 없이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직접 수행한 사례는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이다. 현재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와 수면장애 신약 수노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성과가 1993년 설립 이후 중추신경계(CNS) 질환에 집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라이선스-아웃(L/O)에 그치지 않고 신약 개발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기 위해 30년 가깝게 노력해왔다는 것이다.
임상 단계에서 세노바메이트가 갖췄던 차별성도 내세웠다. 그간 시판된 뇌전증 약의 발작 조절률이 높아도 70~80% 수준이었다면, 엑스코프리를 사용하면 발작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Seizure freedom)까지 도달하는 빈도수가 많았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출시한 지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진단 숫자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라며 “미국 시장 내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선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2년 내 시판되고 있는 경쟁 약물의 특허 만료가 다가온다는 점도 경쟁 포인트라고 짚었다. 후보물질에서 시판 허가까지 승인율이 6% 수준으로 극히 낮아 빅파마들도 CNS 질환에서 많이 손을 뗀 상황이고, 타사 치료제 개발 현황도 없다. 5년 내 가시적인 경쟁 약물이 없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상장 이후엔 시판 약물 판매 확대는 물론,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회사는 레녹스-가스토증후군(소아희귀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 희귀신경계질환 치료제 ‘렐레노프라이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카리스바메이트는 연내 임상 1/2상을 마치고 2021년 임상 3상을 개시할 전망이다. 여기에 뇌암 및 전이성 뇌종양 신약 개발까지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겠다고 조 사장은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오는 17~18일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19일 공모가 확정 후 23~24일 일반 청약을 거쳐 7월 초 상장 예정이다. 이번 상장을 위해 총 1957만8310주를 공모하며, 공모 예정가는 주당 3만6000~4만9000원이다. 공모예정금액은 7048억~9593억 원으로,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공동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모건스탠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