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월세 신고제, 전셋값 급등 대비책 있는가

입력 2020-05-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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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매매처럼 전·월세 계약도 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신고하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추진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20년 주거종합계획’을 내놓고, 올해 안에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내년 하반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월세 계약을 맺은 임대인이 보증금과 임대료, 임대기간 등 구체적 내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의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택 매매뿐 아니라 임대차 거래정보도 정부가 모두 알 수 있다. 그동안 세금 탈루가 많았던 일반 임대인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가능해진다. 현재 주택의 전월세 거래 가운데 임대차 정보가 제대로 파악되는 것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임대인들이 세금부담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전월세 신고제는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해 폐기됐다. 국토부는 전월세 신고제에 이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포함한 ‘임대차보호 3법’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에게 전세 계약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주택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이 문제다. 제도 변화에 따른 임대차 시장 불안으로 전월셋값이 단기적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임대인에 대한 과세가 강화됨으로써 늘어난 세금이 결국 전월세 가격에 전가돼 세입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1990년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당시, 제도 도입 직전인 1989년 서울 전셋값이 24% 폭등했고 제도가 시행된 1990년에도 16%나 올랐었다. 게다가 지금 전세시장이 매우 불안해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작년 7월부터 46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아파트 입주물량은 앞으로 2∼3년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마당에 전월세 신고제 도입으로 시장이 자극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의도의 정책이라 해도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기 어렵다. 규제정책일수록 의도와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택 임차인 등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제도가 오히려 정책 수혜자인 그들에게 피해를 주고 더 힘들게 만드는 부작용을 가져올 소지가 크다. 현재 서울의 경우 주택의 세입자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전셋값 급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지 않도록 시장 상황을 고려해 면밀한 대비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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