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vs 빚폭탄 위험...파월-구리아, ‘재정지출’ 놓고 화상 설전

입력 2020-05-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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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추가 재정 필요성 강조…구리아 “부채 너무 많아지면 경기회복 더뎌질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기침체 대응 방안을 놓고 세계 경제 사령탑 사이에서도 의견이 강하게 엇갈리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기구(OECD) 사무총장은 코로나19에 맞서기 위한 정부 재정지출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이날 파월 의장과 구리아 총장은 미국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주최한 화상 연설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파월 의장이 미국의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추가 재정 부양책이 가치 있는 것일 수 있다”고 강조하자, 구리아 총장이 “막대한 빚더미로 세계 경제가 이후 장기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일침을 놓은 것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떤 시기보다도 심각한 침체에 직면했다”며 “경기하강의 폭과 속도는 전례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의 정책 대응은 시의적절하고 충분한 편이었지만 그것이 마지막 장은 아닐 수 있다”고 자평하면서 미국 정부와 의회에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주문했다.

또 파월 의장은 “추가 재정 지원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경제적 피해를 피하고 더욱 강한 회복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가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연준의 긴급 자금 공급은 어디까지나 대출이지 지출이 아니다”라며 “감세와 보조금 등의 재정정책을 통해 산업 전체의 자금 여력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뉴시스
연준과 미국 정부는 모두 코로나 사태에 맞서기 위해 전례 없는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연준은 3월 이후 제로(0)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부활시켰고, 회사채 매입과 간접 융자를 통한 기업 자금 지원까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볼 수 없었던 온갖 정책을 쏟아냈다.

백악관과 미국 의회도 지난 3~4월 3조 달러(약 3700조 원) 가까운 재정 부양책을 쏟아냈으며 야당인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지금까지 동원한 것과 비슷한 규모의 새 부양책을 최근 제시했다.

여전히 경제침체는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은 14.7%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고치를 찍었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실업률이 25%로 사상 최악의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파월 의장은 특히 현재 저소득층의 타격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연준 자체 조사에서 연소득 4만 달러 이하인 미국 가구 중 40%가 2월 이후로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파월의 경기침체 장기화와 불확실성 발언에 이날 미국증시는 또 급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2.2%, S&P500지수는 1.8% 각각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는 1.6% 빠졌다. 미국증시가 3일 연속 하락한 것은 거의 2개월 만이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AP뉴시스
그러나 구리아 사무총장은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 다시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그는 “우리가 기존 규칙을 던져 버리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지금 공중보건 이슈에 대응하면 전체적인 비용은 낮아질 것”이라고 파월 의장의 의견에 일면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구리아 총장은 “결국 우리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다시 날려고 할 때 무거운 부채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리아 총장은 “많은 국가가 경제 충격에서 회복하기까지 최소 2년이 걸릴 것”이라며 “V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U자형 회복 가능성이 크지만, 중요한 것은 U자형의 하부를 좁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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