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 시대, ‘배달’로 돌파구 찾는 전통시장

입력 2020-04-25 09:00수정 2020-04-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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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대 소비자 신규 유입 효과↑”

▲24일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한복판에 놓인 전통시장 배달 앱 '놀장' 입간판 (이지민 기자 aaaa346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전통시장이 배달 서비스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코로나19의 어두운 기운이 옅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확진자 감소와 더불어 최근 들어 시행되고 있는 배달 서비스의 인기가 맞물린 결과다. 24일 서울 내 전통시장들에서는 코로나19 이전의 활기를 조금씩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 골목은 장을 보러 온 손님, 식사를 하러 나온 근처 직장인, 물건을 실어나르는 소매상인 등으로 북적였다. 서울 시장 중 처음으로 배달 앱 서비스를 시작한 곳답게 시장 한복판에 전통시장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놀러와요 시장(놀장)’ 입간판이 놓여 있었다. 강북구는 이달 10일부터 수유시장, 놀장과 손을 잡고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 반경 1.5㎞ 안에서 물건, 음식 등을 주문하면 2시간 내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수유시장 내 경북상회 직원인 김동현(30) 씨가 놀장 앱에 들어온 주문 건을 보여주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2대째 수유시장 내에서 식자재 소매업을 운영하는 경북상회는 10일 이후 이날까지 6건의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들어오면 놀장 운영사 측과 상인 앱에 동시에 알람이 뜬다. 수유시장 내 놀장 직원은 픽업, 포장, 배달 인력으로 구성돼 주문 들어온 상점으로 놀장 직원이 물건을 가지러 온다. 경북상회 직원인 김동현(30) 씨는 “아직 주문 건이 많진 않지만 홍보가 더 많이 되면 매출에 기여하는 부분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상인들은 놀장 앱이 주말과 공휴일에는 운영되지 않는 점, 가게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없는 점 등은 아쉽다고 밝혔다. 놀장 앱에 올라온 물건, 음식 등 사진 모두는 놀장 운영사인 ㈜위주가 관리한다. 음식점 내 음식 사진은 가게별로 다르지만, 소매점 내 식자재의 경우 다양한 물건을 올리기 어렵다.

상회를 운영하는 이정인(58) 씨는 “어묵만 해도 10가지가 넘고, 단무지도 20가지 종류를 팔고 있는데 사진은 하나로 통일돼 있다”며 “같은 단무지여도 상회별로 사진을 다르게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집은 국수 500g에 3000원이라고 올렸는데 옆집에서는 한 팩에 2000원으로 올려 옆 가게가 더 싸게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 구분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주 관계자는 이 같은 애로점을 향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주의 임남교 과장은 “결제 수단 부분도 서울시가 재난 긴급생활비로 나눠준 지역화폐 ‘서울사랑상품권’을 추가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 누적 데이터를 보면 30~40대에서 압도적으로 이용률이 높고, 시장 이용률이 적은 20대에서도 신규 유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놀장을 이용한 수유시장의 누적 배달 건수는 현재 400건 가량이다. 놀장은 지난달 17일 광명전통시장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한 달 간 주문 건수는 3450건, 판매 상품은 2만3689건, 총 판매 금액은 7100만 원을 돌파했다.

▲개그맨 김영철(왼쪽) 씨와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24일 서울 강북구 수유시장에서 ‘온라인 라이브 전통시장 쇼핑’ 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이날 수유시장은 정오가 되자 개그맨 김영철 씨가 BJ로 출현하는 촬영으로 더욱 소란해졌다. 이 촬영은 KT가 주관한 행사로 ‘온라인 라이브 전통시장 쇼핑’을 오후 1시까지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놀장의 배달 지역은 수유시장 반경 1.5km인데 이날 하루는 오후 2시 이전 주문 접수 시 서울 전 지역 배달로 확대했다.

최진호 수유전통시장상점가협동조합 전무는 “장을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만 볼 수 있는 점, 주말에는 서비스를 안 하는 점 등 미비한 점들을 향후 보완해 갈 것”이라며 “홍보가 더 많이 되면 프로모션 행사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4일 서울 성동구 뚝도시장 앞 음식점 골목. (이다원 기자 leedw@)

서울시 성동구 뚝도시장은 수유시장보다 앞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7년 전부터 뚝도시장은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되, 고객이 직접 들고 집에 가는 대신 배달원이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배송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뚝도시장 안은 수유시장과 달리 한산했다. 배달 오토바이도 시장 입구에 멈춰선 채였다.

뚝도시장은 식자재나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상회보다 식당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여는 곳이 많지 않다. 정오에도 점심 식사 차 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이 오가는 정도였다.

근처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이모 씨(32)는 “시장에는 보통 점심을 먹으러 온다”며 “낮에 문을 여는 가게보단 오후에 열고 밤늦게까지 여는 곳이 많다”고 했다.

이 같은 시장 특성상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 감소는 불가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식당 등을 방문하는 손님은 확연히 줄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뚝도시장은 먹거리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홍보에 나섰다. 지난 8일 성동구청은 블로그를 통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뚝도시장, 왕십리도선동상점가, 한양대앞상점가 등이다.

성동구 내에서는 뚝도시장, 왕십리도선동상점가, 한양대앞상점가가 배달 서비스에 동참했고, 뚝도 시장 내에서만 126개 업체가 배달 서비스에 참여했다.

조영자 뚝도시장번영회 부장은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전통시장 매출이 확실히 줄어든 만큼, 배송 서비스를 이미 운영하고 있던 시장을 활성화해보자 생각해 최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뚝도시장에서는 ‘맛집’을 중심으로 먹거리 중심 배달이 늘어나고 있다. 오전 기준으론 배달이 1~3건에 불과하지만 식당이 본격적으로 문을 여는 3시 이후부터는 배달 주문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시장 번영회는 성동구청과 합의를 통해 공공근로 인력을 배치해 배달 서비스 인력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온누리상품권, 성동사람상품권 등 지자체 상품권도 매출을 살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조 부장은 “최근 전자온누리상품권이나 성동사랑상품권 등 전통시장 특화 상품권 사용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었다”며 “시장에 직접 방문해서 상품권을 사용하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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