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쌍용차 미래에 희망의 빛이 된 '커넥티비티 사업팀'

입력 2020-04-23 10:34수정 2020-04-23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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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회식 한번 없이 연구개발 매진해 '인포콘' 서비스 시작…데이터 축적해 '모빌리티 사업자'로 전환 가능

▲쌍용차 커넥티비티 사업팀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 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22일 이투데이와 만난 쌍용자동차 커넥티비티 사업팀은 차시장에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커넥티드 카 시스템 '인포콘(Infoconn)'을 개발하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자동차는 전통적인 '이동수단'에서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운전자는 차 안에서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듣고, 정보와 뉴스도 제공받는다. 집에 있는 청소기를 작동시킬 수도 있다. IT(정보통신) 기술을 차에 접목한 ‘커넥티드 카’ 시스템 덕분이다.

쌍용차는 LG유플러스, 네이버와 함께 인포콘을 개발해 코란도와 티볼리에 적용하며 커넥티드 카 시스템 경쟁에 뛰어들었다. 통신사와 연계한 커넥티드 서비스를 출시한 건 국내 업체 중 현대ㆍ기아차에 이어 세 번째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커넥티드 카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인포콘은 쌍용차의 판매 반등과 미래를 책임질 야심작으로 평가받는다. 타사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기술 수준을 갖춰서다. 현대ㆍ기아차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한 카카오 i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음악 서비스는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마트폰으로 시동과 공조장치를 원격 제어하는 기능부터 음성 명령으로 문자 메시지 전송, 네이버 검색까지 사용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홈 서비스와 연동해 집에 있는 가전제품, 가스ㆍ환기 시스템의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사고로 에어백이 작동하면 자동으로 상담센터와 연결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갖췄다.

무엇보다 음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강점이다. "비 오는 날 어울리는 노래 틀어줘"라는 명령어도 알아듣고 적합한 노래를 재생한다. 국내 커넥티드 카 시스템 중 전문 음악 플랫폼을 제공하는 건 인포콘이 유일하다.

▲쌍용차의 커넥티트 카 시스템 '인포콘' (사진제공=쌍용차)

◇단 8명이 3년 만에 개발한 인포콘=지난 2016년, 쌍용차에 커넥티드 카 관련 조직(i100 TFT)이 처음 꾸려졌다. 커넥티드 카 관련 서비스 기획, IT 개발, 출시 이후 운영 업무까지 주어졌다. 인원은 사내 각 부서에서 차출한 3명이 전부였다.

사업팀을 이끄는 윤교석 팀장은 “회사에서 처음 시도하는 사업이다 보니 관련 지식을 보유한 인력이 제한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외부에서 인력을 충원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커넥티드 카는 생소한 분야라 IT와 자동차를 두루 경험한 인력이 드물었고, 그나마 있던 소수의 전문인력은 타사와의 협력 관계 때문에 영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팀원 모두가 처음 해보는 일이라 개발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구개발을 담당한 박태석 과장은 “인포콘에 들어가는 기능이 다양하다 보니까 개발 과정에서 위치정보 사용 등 정부에 허가받을 사안이 뒤늦게 발견되면 급하게 절차를 밟는 경우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TFT는 2017년 사업팀으로 격상됐고, 팀원은 8명으로 늘었다. 타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인력이지만, 완성된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업팀이 정신없이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다. 전략기획을 맡은 남현욱 차장은 “그간 팀원끼리 회식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업무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사업팀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커넥티드 카 사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윤 팀장의 목소리에도 자신감이 드러났다.

"TFT가 팀으로 격상된 것 자체가 드문 일입니다. 최근 예병태 대표도 사업팀에 인력 충원을 지시할 만큼 인포콘과 사업팀을 향한 사내의 관심도 늘었습니다".

◇마힌드라와 협업해 개발비 줄여=막대한 연구개발비도 사업팀에 부담이었다. 다행히도 대주주 마힌드라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IT 자회사 ‘테크 마힌드라’와 손잡은 것이다.

농기계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마힌드라는 자사의 IT 기술을 농기계 사업에도 접목했다. 각각의 농기계마다 모듈을 넣어 원격으로 상태를 파악하는 커넥티드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트랙터의 성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정비가 필요하면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식이다.

사업팀은 인도 현지에서 농기계에 적용된 테크 마힌드라의 커넥티드 시스템을 직접 확인했고, 인포콘 개발에 사용했다. 윤 팀장은 “마힌드라의 시스템은 지금 출시된 인포콘 서비스와 비교하면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마힌드라가 마련해 놓은 ‘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포콘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도와 문화적 차이에서 발생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사전에 협의한 일정을 반드시 준수하는 한국 기업문화와 달리 인도의 일부 부품업체는 업무 협조가 지연되는 경우가 잦았다. 경쟁사보다 서비스 출시 시점이 지연되자 사업팀은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왼쪽부터 쌍용차 커넥티비티 사업팀 박태석 과장, 윤교석 팀장, 남현욱 차장이 2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 사무소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쌍용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사업자로=커넥티드 카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에도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한다. 이 기술을 갖춘 차가 출고되는 시점부터 주행거리에 따른 차의 정비상태, 자주 이용하는 경로 등 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로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 없이 차와 관련한 데이터만으로도 활용 가치가 충분하다. 차 업계는 커넥티드 시스템으로 수집한 정보를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활용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남 차장은 “쌍용차가 내수 시장에 매년 10만 대가량을 판매하고 있는데 그만큼의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며 “축적한 빅데이터를 신사업에 사용하면 쌍용차를 완성차 제조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사업자로 바꿔놓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네이버와의 협업도 자동차 회사만이 얻을 수 있는 데이터 덕분에 이뤄졌다. 통신사와 포털은 이미 막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자동차와 관련한 데이터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결국, 세 주체가 서로 얻기 어려운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3자 연합이 성사된 셈이다.

사업팀은 커넥티드 시스템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서비스가 안정화되면 고객의 피드백을 받아 시스템을 점차 개선하고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추후 쌍용차의 모든 차종에 인포콘이 탑재된다.

대주주의 추가 투자 철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쌍용차는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조건 속에서도 작은 사무실 한쪽에서 끊임없이 신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이 쌍용차의 앞날에 희망을 빛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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