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채 여력도 부족..5월 중순부터 실적 제로 가능성 제기..중도상환 요구 목소리 나올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비은행권 금융불안에 한국은행이 무제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부담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9일 열린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2명이나 나온데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담보채도 소진하면서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란 평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1.78%인 레포(Repo·RP) 금리가 5월 금리인하를 하면 0.50%에서 0.60% 사이가 될 것이다. 한은 RP에 들어가면 석달간 자금이 묶인다. 만약 지금 들어가고 금리인하가 이뤄지면 두달간은 더 비싸게 조달한 셈이 되니 손해다. 차라리 1일물로 돌리다 5월 금통위를 보고 가는게 맞다”며 “(담보로) 맡길만한 건 거의 다 맡긴 것 같다. 3회차에도 불구하고 낙찰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이같은 요인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RP매입 대상증권을 기존 국채와 정부보증채,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에서 특수은행채와 8개 공사채, 은행채 등으로 확대한 바 있다. 다만,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자금마련을 위해 보유 채권을 처분하면서 여력이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실제 최근 해외 주요지수 하락에 지난달 일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주가연계증권(ELS) 증거금 요구(마진콜)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5월28일 개최하는 다음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를 앞둔 다음달 중순부터는 한은의 무제한 RP매입 실적이 제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5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있을 경우 한은에서 기존 RP매입에 대한 중도상환을 해줘야 할 것으로 봤다. 실제 이같은 조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있었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에서 중도상황을 해주면 사실 걱정없이 (RP매입에) 들어갈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선 필요한 조치가 아닌가 싶다”며 “금통위가 다가오고, RP매입 물량이 줄다보면 그런 목소리가 분명 나올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한은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 은행 2곳과 증권사 8곳이 들어왔고, 물량도 생각보다 많았다. 향후 추이를 봐야겠지만 4월에만 20조원 가까이 될 전망”이라면서도 “5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다면 그럴수도 있겠다. 5월 중순 넘어가면서 실적이 제로가 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융위기 당시 RP매입 이후 곧바로 임시금통위를 통해 금리인하가 이뤄지면서 RP매입 중도상환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