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 민주당의 아슬아슬한 텃밭…'킹스맨' vs '토박이' 맞붙는 동작갑

입력 2020-04-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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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현역 김병기 내세워 ‘수성전’…통합당, ‘무한도전 변호사’ 장진영 공천

투표율 높고 중도층 많아 결과 예측 어려워…역대 1ㆍ2위 격차 2~3%P 불과

▲4·15 총선을 4일 앞둔 1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앞에 출마 후보자들의 선거현수막이 걸려 있다. (유충현 기자 @lamuziq)
4ㆍ15 총선을 4일 앞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갑 선거구 유권자들의 발길이 분주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도 불구하고 대방동 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제법 긴 줄이 만들어졌다. 사전투표 열기 속에서 두드러진 경향을 읽어내긴 어려웠다. 정장 차림의 젊은 남성도 보였고, 일상복 차림의 노부부도 있었다. 연령대와 복색이 다양했다. 마지막까지 휴대폰으로 출마 후보를 검색하는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혹시 누굴 찍으셨나요?” 한 유권자에게 말을 건넸지만, 대답 없이 고개를 저으며 발길을 재촉했다.

동작갑 선거구는 결과를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역대 선거 결과만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16년간 의석을 지키고 있다. 전병헌 전 의원이 3선을 지냈고, 2016년에는 국정원 출신 김병기 의원이 깃발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민주당의 수성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 지역에서 치러진 지난 5번의 총선에서 1위와 2위의 격차는 평균적으로 4000표 정도에 불과했다. 득표율로는 평균 2~3% 수준이다. 지난 20대 총선은 2001표 차, 18대 총선은 1123표 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민주당으로서는 16년 동안 아성을 지키고 있는 곳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심할 수도 없는 ‘아슬아슬한 텃밭’이라고 할 수 있다.

▲김병기 동작갑 후보가 유세 현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 (김병기 후보 선거사무소 제공)
◇ 실세 선호해 온 동작갑 표심…’대통령 측근’ 재선 밀어줄까 = 민주당은 현역의원인 김병기 후보를, 미래통합당은 ‘무한도전 변호사’로 알려진 장진영 후보를 각각 동작갑 지역에 공천했다. 두 후보의 특징은 확연히 구별된다. 김 후보는 여당 현역의원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국가정보원 인사처장 출신이라는 무게감도 있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있던 2016년 당시 영입인재 중에서도 핵심에 속했다. 4년 전 김 후보의 출마선언문 요지도 ‘국정원 개혁’이었다. 지역구 공약이 아닌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역대 선거에서 동작구 갑은 ‘다선의 요람’이라고 불렸다. 지역 유권자들의 민심이 ‘실세 다선의원’을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다. 한때 ‘상도동계 대표주자’로 불리던 서청원 우리공화당 의원이 1981년부터 2004년까지 총 5선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한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이 3선을 지냈다. 일각에서는 동작갑 유권자들이 이전 선거에서 ‘실세 다선의원’을 선호해 왔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 후보의 우세를 점치기도 한다.

이에 김 후보 스스로도 ‘힘 있는 현역’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년간 동작 발전을 위해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면, 앞으로 4년간 꽃을 피우고 열매가 맺도록 잘 가꿔야 한다”며 “이런 일은 집권여당의 재선의원으로서의 정치력과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영 미래통합당 후보가 10일 장승배기역 인근에서 유세를 마친 뒤 유권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유충현 기자 @lamuziq)
◇토박이 출신 변호사의 맞불…'유권자도 후보자도 '흑묘백묘' = 김 후보와 맞서는 장 후보는 “이번에야말로 동작구에서 민주당의 16년 독재를 끝내야 한다”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장 후보의 장점은 김 후보와 확연히 대비된다. 그는 4살 때부터 동작구에서 자란 ‘지역 토박이’다. 초ㆍ중ㆍ고등학교 모두 동작구에서 졸업했다. 사법시험 합격 축하 현수막도 이 동네에 붙었다.

김 후보가 ‘음지에서 일하는’ 국정원의 이미지라면, 장 후보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변호사로서 얼굴을 널리 알렸다. 길거리에서 장 후보를 알아본 10대 학생들도 “어? 무한도전!”이라고 말할 정도다. 지역 밀착 이슈에 강점이 있다는 점도 그의 차별점이다. 장 후보가 지난 몇 년간 동작구 주민을 대상으로 매주 진행한 법률상담은 총 144회에 달한다. 상담한 주민만 한해 1500~2000명이다. 지역민들의 속사정과 고민을 두루 꿰고 있다는 이야기다.

장 후보는 2016년 정치에 발을 들인 이후 여러 차례 당적이 바뀌었다.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등에 몸담았다가 최근에야 통합당에 입당했다. ‘굴러온 돌’ 입장에서 치른 통합당 경선 과정에서는 이처럼 잦은 당적 변경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보수 지지자들이 장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는 분위기다. 장 후보의 장승배기역 유세 현장에서 만난 60대 남성은 “선거에서 민주당에게 이길 수만 있다면 흑묘든 백묘든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이는 정당ㆍ이념보다 지역ㆍ민생을 중시하는 장 후보의 노선과도 부합한다. 장 후보는 “당적이 달라졌지만 저의 갈 길은 달라지지 않는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닌 민생ㆍ실용 정치를 더 힘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후보 캠프 제공)
◇최근 선거는 ‘파란색’ 우세…’중도층’ 움직임은 변수 = 20대 총선 이후 동작갑 지역에서 치러진 지난 몇 년간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다소 우세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동작구에서 얻은 득표율은 44.12%였다. 전체 득표율(42.1%)이나 서울 득표율(42.30%)보다 높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53.89%를 득표해 서울 득표율(52.79%)을 상회했다. 최근의 투표성향이 오는 15일에도 이어진다면 김 후보에게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반면 통합당은 ‘중도층의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작갑 지역에는 이념적으로 중도에 속하는 유권자들이 많으며, 정부와 여당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장 후보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정환진 국민의당 후보가 24.52%를 었얶다. 2018년에는 동작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던 장 후보 본인이 3당으로서 16.85%를 득표하기도 했다. 장 후보는 “대선과 총선은 전혀 다르다”며 “변화를 바라는 지역 주민의 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고 말했다.

동네마다 투표성향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 장승배기역을 기준으로 북쪽에 있는 노량진1동ㆍ노량진2동ㆍ상도2동은 평균 대비 보수 후보의 득표가 높았던 반면, 남쪽에 있는 상도3동ㆍ상도4동은 민주당 후보의 득표수가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동작구갑 서쪽에 있는 대방동ㆍ신대방동은 선거마다 민심이 유동적이다. 특정한 정당에 치우치지 않았던 서부권역이 곳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가 많은 대방동은 동작갑 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아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핵심 지역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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