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분위기 속 학생 참여 유도…동영상 촬영 '어색'
“잘 들리나요? 제 수업 잘 따라오세요.”
사상 첫 초ㆍ중ㆍ고등학교 온라인 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맹학교의 김현아 교사는 장애학생들의 수업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큰 목소리로 연신 애를 썼다. 교사도 학생들도 처음 맞는 상황이다 보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수업이 진행됐다.
서울맹학교는 중1 국어 교실과 고1 통합과학, 고2 세계지리 교실의 원격수업을 시연했다. 교사는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학생과 직접 대화하면서 수업을 진행했다. 점자책을 함께 읽거나 미리 녹음한 음성 파일을 노트북으로 전송해 강의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시력을 잃거나 저시력인 학생이 많지만, 교사가 직접 학생의 얼굴을 보고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줌’(zoom) 등 실시간 쌍방향 화상 플랫폼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학생은 미리 전달한 점자교재를 토대로 시각장애 교육 전문 단말기인 ‘한눈에’를 활용해 수업에 참여했다.
김은주 서울맹학교장은 “1세 영아부터 71세 고령 중도 시각장애인까지 다니고 있다”며 “학생 개개인의 수준차를 고려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원격수업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주 1회 순회교육 실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은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것부터가 ‘교육 장벽’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시각장애만 있는 게 아니라 발달장애 등 복합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집에서 보호자가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기기 조작을 도와야 한다”며 “맞벌이 부부이거나 조손 가정의 경우 사실상 학생들이 집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업 훈련 등 실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특성화고등학교는 불가피하게 ‘단방향’ 수업 방식을 선택했다.
이날 용산공업고등학교는 △밀링 가공 △자동차 엔진 정비의 원격수업을 시연했다.
전현주 교사는 교내 밀링 가공 실습장에서 본인이 직접 부품을 평면 가공하는 모습을 휴대전화를 사용해 동영상 촬영했다.
전 교사는 “일반 수업과는 다르게 이 같은 가공 부품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교사가 직접 밀착해서 휴대전화 촬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영상을 편집해 파워포인트로 띄워놓고 개념 및 이론을 설명하는 등 실습과 이론을 동시에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이상훈 교사도 ‘자동차 엔진 정비’ 수업을 미리 찍어둔 영상을 틀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구글 클래스로 과제를 제출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수업 동영상을 학생들이 시청하는 식이다.
이 교사는 “한 반에 25명의 학생이 되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실습하기에는 아무래도 원격수업은 어려운 형태”라면서 “지금은 실습과 이론을 병행하며 수업을 나가고 나중에 대면 방식으로 수업이 바뀌면 실습 중심으로 수업을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산공고는 온라인 수업 장기화를 대비해 실습 시 학생 간 간격을 1.5~2m 이상 유지하게 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반영한 학습 계획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