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중단했던 신규 채용 재개, 사태 종식 아닌 '장기화' 대비
코로나19 확산을 앞두고 국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나섰던 현대자동차가 점진적인 안정화 절차에 나섰다.
재택근무 대신 유연근무제를 확대했고, 2월부터 중단했던 신규 채용 절차도 재개한다. 사태 종식이 아닌, 사실상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사업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현대차는 일반직과 연구직 신입(인턴 포함) 채용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월 말부터 지원서 접수를 포함한 수시채용 전체를 중단했다. 이후 경력직을 대상으로 부문별 수시채용이 소규모로 이뤄졌으나 신입 채용에 나선 건 1개월여 만이다.
신입 수시채용을 재개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이어지는 만큼, 화상 면접과 인공지능 서류전형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앞서 현대차는 해외에서 인재를 발굴하거나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제한적으로 화상 면접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일반직 신규 채용에 화상 면접을 도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화상 면접을 확대 운영키로 했다.
이를 위해 화상 면접 인프라 고도화 작업을 마쳤다. 나아가 화상 면접을 진행할 사내 전용공간과 고화질 카메라, 고성능 마이크, 대형 스크린 등을 준비했다. 이밖에 △다대일 △다대다 면접이 가능한 화상 면접 시스템도 마련했다.
지원자는 노트북이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장소에 제한받지 않고 다수의 면접관과 질문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면접에 참석할 수 있다. 면접관 역시 불가피한 상황 발생 시 화상 면접장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면접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현대차는 신규 채용 재개를 통해 현업부문의 인력확보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동시에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상 면접이 불가능한, 예컨대 실기평가와 토론 면접 등 오프라인 전형이 필요한 부문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채용절차를 진행한다.
이밖에 지난달 27일부터 시행해온 재택근무도 중단했다. 현재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 23일부터 사업장으로 정상 출근 중이다.
현재 실시중인 재택근무제도는 팀별로 기간을 정하고 팀원끼리 재택 일정을 교대하는 자율 재택근무였다. 이를 종료하는 대신 유연근무제를 확대했다.
이전의 유연근무제가 오전 8∼10시에 출근하는 방식이었지만 이를 확대하면서 출근 시간이 오전 8∼오후 1시로 늘어났다. 필수 근무시간을 없애고 정상 근무시간을 채우면 퇴근하도록 독려 중이다. 여전히 단체 회식과 집단회의는 금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채용 재개와 재택근무 종료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는 것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여전히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고, 국외 유입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전의 긴장 상황을 유지하면서 사태 안정화 시기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재택근무 추진은 초기 사업장의 감염증 확산을 막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기 재택근무 시스템과 조직문화가 다소 미흡해 이를 지속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내부에서 이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재택근무 종료는 (코로나19) 종식이 아니라 오히려 사태 장기화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는 게 맞다”며 “유연근무제 확대로 사업운영 차질을 예방하면서 부문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