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연준 ‘엇박자’...미국 증시 내리고 아시아 오르고

▲다우지수 추이. 출처 구글파이낸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대응 엇박자가 시장 심리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제한 달러 찍어내기에 나섰지만 경기부양책을 두고 의회가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연준은 증시 개장 전, 무제한 ‘양적완화(QE)’ 조치를 발표했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액을 7000억 달러에서 당분간 무제한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처럼 제롬 파월 의장도 무제한 ‘달러 찍어내기’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린 지 8일 만에 파격적인 카드를 추가로 내놓은 셈이다.

지난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를 다시 설치해 소비자 대출, 자동차 대출, 중소기업 설비 등을 담보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도 사들인다. 신용도가 높은 개인 소비자 지원을 위해서다.

또 9조50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투자등급 시장도 지원한다. 이는 금융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카드다. ‘프라이머리마켓 기업 신용기구(PMCCF)’와 ‘세컨더리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설치해 투자등급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국 여야가 경기부양책을 놓고 막판 신경전을 벌이면서 투자심리가 악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 처리가 이날 상원 절차 투표에서 찬성 49표·반대 46표로 또 한 번 부결됐다. 전날에도 찬반이 각각 47표씩 나와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노동자 보호,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통제 등 일부 항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엇박자에 경기부양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82.05포인트(3.04%) 하락한 1만8591.93에 거래를 마치며 2016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반면, 아시아 증시는 파월 효과에 강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 이상 뛰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 홍콩 항셍지수는 1%, 한국 코스피지수는 5% 이상 각각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