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온라인 강의’ 혼선 골머리…"1학기 전면 시행 검토"

입력 2020-03-18 14:47수정 2020-03-1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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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5부제' 등장…"등록금 반환" 비판

▲명지대는 단과별로 요일을 나눠서 특정일에 집중적으로 강의를 듣도록 요청하고 있다. (강의 5부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던 개강이 이뤄졌으나 대학가는 집합 수업을 최대한 자제하고 온라인 강의 등으로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서버 마비로 인한 접속 불량, 실시간 강의에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각종 사고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국민대·서울대·중앙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등은 16일 수천 명의 학생이 온라인 강의 수강을 위해 접속하면서 서버가 일시적으로 다운돼 어려움을 겪었다.

고려대 경영대학의 한 학생은 “출석을 부르는 데만 40여 분이 걸렸다”며 “학생들에게 미리 웹캠과 마이크를 끄라는 요청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음성이 겹치거나, 교수님 대신 학생이 등장하는 등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학생 역시 “강의 시간표상 수업시간에 출석하지 않으면 결석 처리된다는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공지된 바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에서 시행 중인 ‘마스크 5부제’와 유사한 방식인 ‘강의 5부제’를 시행한 학교도 등장했다. 명지대 측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서로 다른 단과대가 수업을 듣도록 권장하고 있다. 해당 날짜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은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명지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면 서버가 다운될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면서 “학생들에게 5일로 분배해 들어오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버 폭주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상근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대학들이 앞서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해 (온라인 강의에) 차질을 없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전산 서버가 전 과목 온라인 강의를 염두에 두고 설치되지 않아 이런 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대학은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될 기미가 없는 만큼 온라인 강의 등 원격수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인프라 확충 등 상황 개선에 힘쓰고 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는 것과 관련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말했다. KAIST도 16일부터 2주 동안 시행하기로 한 원격수업을 무기한 연장한다.

대학이 제공하는 허술한 온라인 강의 시스템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비싼 등록금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해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강의 업로드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수업이 대부분”이라면서 “온라인 강의 전환 후 강의 없이 과제로만 대체하는 경우도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업권이 침해받는다”며 “1학기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면 2학기 등록 때 감면해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교수들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콘텐츠가 외부로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온라인 강의는 어떻게든 운영하겠지만, 학생들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하나의 저작물인 강의 내용이 마구잡이로 유출될까 봐 걱정된다”면서 “혹시라도 강의에서 말실수라도 하게 되면 어쩌나 조심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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